[대전환 AI시대⑨] 인공지능이 만든 게임 캐릭터, 사람처럼 생각한다
미래 게임 산업 앞당기는 AI 기술
"인공지능으로 새 판 짜자" 주도권 싸움 치열
AI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또 한 번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입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인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와 컴퓨터가 가져온 3차 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가져올 차세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서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될 것임은 이미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계와 학계도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올해 두 번째 혁신 포럼을 통해 AI와 조금 더 친해지려고 합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최승진 기자] 지난 4월 위메이드플레이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캐릭터를 자사 게임에 적용한다는 소식이 게임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캐릭터는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 AI 프로그램 '애니'의 디자인 기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아트팀에서 그린 스케치, 원화 등 10여 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시키는 노력이 그것이다. 위메이드플레이는 AI 기반 캐릭터 개발이 이용자들의 게임 수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해 캐릭터를 디자인함으로써 회사의 대표 지식재산권인 '애니팡 시리즈' 활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창명 위메이드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는 "개발진 기획 의도와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관심사, 수요를 예측하고 반영한 게임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게임 업계에 AI 열풍이 거세다. 사실 게임 업계에서 AI는 꽤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다. 게임 속 보조캐릭터(NPC)가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적 캐릭터가 이용자 캐릭터를 상대할 때 공격과 방어 패턴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예다. 요즘에는 최신 AI 기술을 활용해서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컨대 단순한 자극과 반응을 넘어선 임기응변 가능한 보조캐릭터 개발이 그것이다. 기계적인 응답에서 벗어나 인간처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이용자 성향을 분석해 적 캐릭터가 이에 맞춰 다양한 행동을 펼치는 것도 있다.
넥슨은 지난 2017년 AI 연구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하고 머신러닝(인공지능 기계학습),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적용하고 있다. 이곳은 게임 룰 시나리오, 그래픽 등 게임을 구성하는 콘텐츠 외 개인화 메시지, 광고 효율화, 영상 추천을 비롯해 게임 플레이와 연계된 이용자 경험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넥슨은 특히 게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적인 행위와 이상 현상을 탐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게임 내에서 지속 발생하는 결제 도용 범죄와 관련해 AI 기반 데이터 분석, RM(리스크 매니지먼트) 룰 강화, 자체 개발 보안 솔루션 '플랫폼 쉴드'를 통한 방어, 24시간 자동화 모니터링 등 고도화된 온라인 범죄 탐지 기술을 개발해 월평균 피해 건수 93%, 피해 금액 96% 감소 성과를 달성하는 성과를 얻었다. 넥슨 AI 연구는 이용자 개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게임 서비스에도 적용됐다. 모바일게임 'V4'에서는 플레이 도중 이용자들이 어떤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허들을 탐지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방지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인 400여 명 수준의 인력을 확보했다. 향후 지속적인 채용을 통해 500명 이상 전문 인력을 갖춘 조직으로 육성해 AI 기술 연구와 적용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넷마블은 게임 이용자들의 플레이 만족도와 게임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다양한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AI 기술 연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전담 연구 조직인 AI 센터를 설립했다. 넷마블 AI 센터는 마젤란실과 콜럼버스실로 구분된다.
넷마블 관계자는 <더팩트>에 "각 부서 명칭에는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내는 넷마블 DNA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AI 센터에서는 게임 밸런싱 시스템, 이상탐지 시스템, 이용자 추천 시스템 등을 도입해 게임 플레이 재미와 질을 높이고 있다.
사람처럼 전략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AI를 제작해 이용자들이 끊임없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그것이다. 게임 개발 효율화를 위해 음성, 비전, 자연어 처리(NLP)를 융합한 AI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자동으로 제작하기 위해 음성 감정 인식, 얼굴 표정 제작, 립싱크 등 모듈을 종합해 그래픽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12월 일본 도쿄와 온라인에서 동시 열린 시그라프 아시아 2021에서 음성 대사 감정을 자동 인식해 이를 기반으로 안면 애니메이션을 생성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오인수 넷마블 AI센터장은 "넷마블이 자체 개발한 이번 기술은 음성 감정 인식, 얼굴 표정, 립싱크 등 세 가지 모듈을 종합해 실제 사람 표정 같은 자연스러운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면서 "기쁨과 슬픔, 두려움 등 여러 감정 표현에 관한 일정 기준을 만들고 여기에 각각 다른 강도를 부여해 풍부한 감정 표현을 자동 생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기술로 디지털 휴먼을 집중 개발 중이다. 디지털 휴먼은 게임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대면·비대면 서비스, 금융, 마케팅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이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 게임 환경에서는 '리니지W'에 사용하는 언어가 각기 다른 게이머들이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채팅 내용을 실시간 번역하는 'AI 번역 기능'을 적용했다. 이로써 이 게임이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를 하는 데 역할을 했고 엔씨소프트는 세계 최초로 게임에 특화된 자체 번역 기술을 적용한 게임사가 됐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지난 2021년부터 딥러닝과 AI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와 투자 규모를 확대 중이다. 특히 이 회사 김창한 대표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사업을 이끌어 왔다. 현재까지도 AI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다.
크래프톤 AI 센터 격인 딥러닝 본부는 본부장인 이강욱 미국 메디슨 위스콘신대(UW메디슨)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박사급 인력들이 포진해 연구하고 있다. 딥러닝 본부는 게임을 포함해 사내외 여러 분야와 협업해 다양한 문제에 대한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크래프톤만의 원천 딥러닝 서비스인 버추얼 프렌드도 개발 중이다.
버추얼 프렌드는 여러 딥러닝 기술일 접목된 집합체로서 이용자와 함께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다. 이와 관련해 크래프톤은 자연어 처리, 비전과 애니메이션, 음성인식기술, 강화학습 등 딥러닝 분야 전반을 연구 중이다. 대부분 기술은 올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게임 플레이 AI를 제외하곤 이미 제품에 적용했거나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장은 "딥러닝 기술은 인터넷, 모바일이 등장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게임 산업에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한다"면서 "크래프톤은 우수한 딥러닝 기술을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해 개발자들에게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주고 이용자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20년 8월 스마일게이트 AI 센터를 공식 발족하고 관련 분야에 대응하고 있다. 이곳은 설립 초기부터 인간 같은 AI, 재미있는 AI를 미션으로 정의하고 이를 위한 기술들을 개발 중이다. 한우진 센터장은 "이런 기술들이 모두 종합되면 일반적인 사람의 특징을 갖는 통상적 AI가 아닌 특정한 지식, 개성, 특성을 갖는 맞춤형 AI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AI를 가리켜 비단 게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업계에서 중요한 도구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게임 경우 데이터 분석과 제작 효율화는 물론이고 인게임 AI, 즉 스스로 플레이하는 AI 지능 수준이 큰 의미를 가지기에 미래 게임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 등에 주목하고 있다. AI 기술만 잘 다룰 줄 안다면 적은 인원으로 빠른 시간 안에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한국게임정책학회장)는 "4차 산업혁명 핵심 키워드 중 한 부분인 AI는 인류 생활에 큰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면서 "우리 게임 산업에 AI 기술이 활용된다면 많은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기술은 어디까지나 기계적 기술에 불과하다. 게임은 인간의 감성이 지배하는 놀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아직은 기계적인 AI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도 게임 제작 과정에서 AI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 보조역할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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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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