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집 300만 채 지어놓고, 부실공사 집계도 못하는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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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국민의 분노가 들끓던 2021년 3월.
직장인 익명사이트 블라인드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란 제목의 글이 불난 데 기름을 끼얹었다.
LH 측은 현직 아닌 전직 직원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사를 요청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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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5개월이 지난 지금 LH가 존폐 위기를 맞았다. 주차장 건설 중 붕괴사고가 났던 인천 검단 아파트처럼 LH 발주 아파트 가운데 무량판(기둥으로만 천장을 받치는 방식) 구조 아파트가 91곳, 이 중 15곳의 주차장이 부실시공됐다는 지난달 말 발표가 시작이었다. 열흘 뒤인 이달 9일에는 갑자기 무량판 구조 단지 10곳, 철근이 덜 쓰인 5곳이 추가로 확인됐다.
▷집계에 빠졌다가 추가된 과정이 황당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 화성시의 LH 단지 감리현장 점검에 나섰는데, 무량판 방식이 아닌 줄 알았던 이 단지 주차장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된 거다. “현황조차 취합되지 않는 LH가 존립근거가 있느냐”는 질책 후 찾아낸 게 부실 공사 5곳이다. “철근 빠진 정도가 경미하다”며 실무자들이 보고에서 뺐다고 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전체 임원 7명의 사직서를 받았고, 자신의 거취도 임명권자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자력으로 조직 내부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1962년 설립된 대한주택공사, 1979년 세워진 한국토지공사가 2009년 통합돼 만들어진 LH 역사상 최대 위기다.
▷LH가 지금까지 국내에 지은 공공주택은 임대 167만 채, 분양 129만 채 등 총 296만 채다. 전국 주택 수 2200만 채 중 13.5%다. 국민 20명 중 1명꼴인 250만 명이 LH 공공임대 주택에 살고, 분양 아파트를 합하면 거주자 수는 더 늘어난다. 올해 3월 LH가 내놓은 새로운 비전이 ‘고품질 주택 80만 채 공급’이었다. 저가 임대주택 이미지를 탈피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번 사태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공염불이 됐다.
▷지난번 땅 투기 부정부패 사건은 관련자 처벌과 임직원 부동산 보유내역 의무공개 등의 조치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입주자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사고다. 불안에 떠는 주민이 남아 있는 한 기억에서 적당히 지워질 가능성은 없다. LH 퇴직자가 일하는 설계, 감리 회사와의 부정한 커넥션도 문제로 꼽힌다. 다닐 때나, 퇴직한 뒤에나 ‘신의 직장’ 소리를 듣는 LH는 이제 조직 해체 수준의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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