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음악가가 공대에서 가르치는 이유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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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음악가가 최고의 공대에서 과연 무엇을 하고 있나.
줄리아드 음대 출신 천재 작곡가 토드 마코버(Tod Machover)는 MIT 미디어랩 교수로 '미래 오페라'(Opera of the Future) 연구 그룹을 38년째 이끌고 있다.
근대 이후 구술, 문자, 시각, 건축 문화를 연구해 온 슈냅 교수는 인간의 시각성을 센서로 구현한 도시형 로봇 '지타(gita)'를 만들고 있는데, 지타는 이미 합리적인 가격에 시판되어 보스턴 시내를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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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음악가가 최고의 공대에서 과연 무엇을 하고 있나. 줄리아드 음대 출신 천재 작곡가 토드 마코버(Tod Machover)는 MIT 미디어랩 교수로 ‘미래 오페라’(Opera of the Future) 연구 그룹을 38년째 이끌고 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작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하이퍼 악기를 통해 세상에 없던 소리를 만들어 내고, 음악을 통해 영혼을 치유하고, 소리를 통해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실험실은 음악을 통한 선한 영향력을 꿈꾸는 젊은 음악가와 과학자들의 열정으로 뜨거웠다. 다른 대학 학부생도 연구 그룹에 참여하고 있었다. 필자가 지난 7월 보스턴에서 직접 만난 마코버 교수는 인간의 음악적 창의성은 음악을 들을 때가 아니고 직접 만들어 볼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하버드대 인문학 교수가 로봇 벤처의 대표가 된 경우도 있다. 제프 슈냅(Jeff Schnapp) 교수는 낮에는 하버드대 비교문학과에서 일하고, 저녁 6시에는 로봇 개발사 ’피아지오 패스트 포워드(Piaggio Fast Forward)‘로 출근한다. 이곳에서 그는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다.
근대 이후 구술, 문자, 시각, 건축 문화를 연구해 온 슈냅 교수는 인간의 시각성을 센서로 구현한 도시형 로봇 ’지타(gita)‘를 만들고 있는데, 지타는 이미 합리적인 가격에 시판되어 보스턴 시내를 누비고 있다. 이탈리아의 스쿠터 제조사 피아지오가 미국 대학의 한 인문학자가 창업한 로봇 개발회사에 투자하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슈냅 교수가 최근 우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던진, 의미 있는 질문이었다.
교수와 학생이 가장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갖고 와서 같이 연구하는 곳. 이미 익숙한 지식이 아닌 새로운 생각, 때에 따라서는 ‘위험한’ 생각의 토론과 실험이 가능한 곳. 그곳이 미래의 대학이다. 교수와 학생 각자가 가장 잘하는 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갖고 오는 대학이 되려면, 대학이 교수를 초빙하는 방식도,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와 여건에서는 힘들다고 할 일이 아니고, 새로운 변화의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학사와 연구 시스템도 크게 바뀌어야 ‘위험한 생각’의 실험이 가능하다. 교육과 연구의 관리와 규제 시스템은 새로운 시도의 장려와 격려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유연성과 자율성이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에는 이게 없다. 교육부가 앞장서서 전체 대학의 80%에 이르는 사립대학들 먼저 이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 대학 신입생들은 왜 소중한 첫해에 교양 강의실만 오가야 하나. 킬러 문항 풀이로는 부족한 교양을 대학에서 채워야 하기 때문인가. 영국의 학부생은 입학과 동시에 본격적인 전공 학습에 돌입해 대학을 3년 만에 졸업한다. 그래도 학부 전공 지식의 수준은 우리보다 더 높다. 우리 대학생들이 기본교양과 복수전공 학점에 신경 쓰는 동안 영국 대학생들은 저만치 먼저 달려 나간다.
미국의 유수한 연구 대학과 학부 대학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해 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우리는 하나의 척도로 대학을 평가하는 기이한 시스템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도 못 하는 동안, 우리와 미국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본질적 수준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대학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이 벌어지고, 더 많은 ‘위험한 생각’이 가능하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밝다. 반대로 대학에서 할 수 없는 일이 많으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다. 공대에서 천재 음악가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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