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연맹·축구협회·문체부, K리거 ‘불법 도박’ 수수방관 안 된다[기자메모]
이달 초 프로축구 광주FC는 선수 A와 계약 해지했다. 3년 전 사설 토토를 했다고 본인이 시인했기 때문이다. 광주는 이 사실을 제보로 접했고 A도 자인했다. 광주는 “본인이 2020년 제3자를 통해서 간접으로 사설 토토를 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3년 전에 A는 제주에서 뛰었다. 광주는 “광주로 온 뒤 토토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나 범법을 한 점이 확인된 만큼 바로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설 스포츠도박은 불법이다. 심지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합법’ 스포츠토토 역시 발행 종목 선수·지도자·심판 등이 구매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A 본인 발언에 따르면 그는 “사설 토토”를 했다. 광주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박에 참여했는지 굳이 더 물을 필요가 없었다”며 “사설 토토를 한 것만으로 계약 해지사유가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선수로서 직장을 잃었다. 그런데 이걸로 정말 충분한 걸까.
A가 어떤 종목, 어느 리그에 베팅했을까. 축구 토토를 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해외 축구만 했을까. K리그를 하지는 않았을까. 일부 보도는 A가 합법 토토를 의미하는 “스포츠토토를 했다”고 전하고 있다.
합법이든 불법 토토든, A가 K리그에 베팅했다면 문제는 엄청나게 커진다. 승부조작까지 이어질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의 사설 토토 참여를 광주에 제보한 사람도 축구 선수로 알려졌다. A가 사설 토토에 참여한 방식에 대해서는 제3자를 통한 간접적 베팅이었다고 말했다. 제3자는 전직 축구 선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불법 토토에 참여한 선수들이 또 있지 않을까. 불법 토토를 행한 곳이 불법 온라인 사이트에서뿐일까.
최근 기자는 몇몇 취재원으로부터 홀덤펍에 출입해 과도하게 베팅하는 K리거들도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홀덤펍은 일정한 금액 이상을 칩으로 바꿔줘도, 반대로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줘도 불법이다. 이런 불법 영업을 하는 홀덤펍에서 K리거들이 거액으로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게 제보 내용이다. 홀덤펍 위치와 이름, 그곳을 출입하는 현역 선수들 실명도 들었다. 대체로 20대 중후반 선수들이다.
지금 알려진 것은 A가 “사설 토토를 했다”는 발언뿐이다. A가 K리그를 대상으로 토토를 했는지, A와 함께 사설 토토에 참여한 다른 K리거들은 없는지, A와 다른 전·현직 선수들이 홀덤펍에서 불법 행위를 했는지 등도 알아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는 “계약 해지 선수라 손쓸 방법이 없다”며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꼬리 자르기를 하느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승부조작을 발본색원하기는커녕 은폐하려는 자세로 비칠 수 있다.
연맹, 협회는 현재 사설 토토 또는 홀덤펍 불법 영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현역 K리거들을 조사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사법당국에 철저하고 강력한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연맹, 협회, 구단, 문체부가 이와 관련된 사항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으면, 불법 토토로 인한 엄청난 폭풍이 다시 한번 국내 축구판을 강타할 수도 있다.
김세훈 기자 | 스포츠부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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