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가 차지했던 자리 훌륭하게 소화”…파리의 ‘슛돌이’, 강인한 첫인상
사무국 ‘MVP’ 선정 호평…음바페·네이마르 이탈 땐 비중 더 커질 듯
벤치가 아닌 주전이다. 올여름 ‘파리지앵’으로 변신한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사진)이 개막전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강인은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2024 프랑스 리그앙 로리앙과의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37분 위고 에키티케와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 날개로 출전해 날카로운 킥과 패스,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팀에서 가장 돋보였다.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검증받은 그는 프랑스 최고 명문인 파리 생제르맹(PSG) 데뷔전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강인은 전반 8분 수비수 3명 사이로 파고들어 곤살로 하무스에게 침투 패스를 배달하며 데뷔전의 시작을 알렸다. 전반 16분에는 과감한 왼발 슛을 날리더니 후반 7분 중거리슛은 골대 위로 살짝 빗겨갈 정도로 날카로웠다. 프리킥과 코너킥의 전담 키커도 그의 몫이었다.
비록,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양 측면뿐만 아니라 중앙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PSG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프랑스 리그앙 사무국도 이 부분을 콕 짚어 극찬했다. 사무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매치 리포트에서 이강인을 최우수선수(MVP)를 의미하는 ‘더 플레이어’로 선정한 뒤 “리오넬 메시가 남긴 공백은 여전히 컸지만 이강인은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선수가 차지했던 자리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고 호평했다.
프랑스의 ‘풋 메르카토’도 이강인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엘 우가르테(7점)에 이어 가장 높은 평점 6점을 매기면서 “한국의 보석이 자신의 장점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의 활약상은 수치로도 쉽게 확인된다. PSG 선수로는 가장 많은 볼 터치(85회)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패스 성공률 88%와 슈팅 3회, 드리블 돌파 3회, 기회 창출 1회, 리커버리 3회, 태클 1회 등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 성공률이 17%에 머문 것이 옥에 티였다. 이강인은 코너킥을 포함해 12개의 크로스를 시도해 단 2개만 동료에게 연결됐다.
지난달 PSG 유니폼을 입은 신입생 이강인은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팀에서 쉽지 않은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허벅지 부상을 당해 이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예상을 깨고 개막전부터 선발로 출전, 주눅 들지 않은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겨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특히 PSG를 둘러싼 혼란은 이강인에겐 나쁠 게 없다.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구단과 마찰로 팀 훈련에서도 빠진 데 이어 네이마르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 떠날 가능성이 커지며 이날 경기에 결장했다. 빠르게 팀에 자리잡은 이강인의 팀내 비중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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