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 탄 열차에 여성 타지 마”… 사법 무력화 이후 이스라엘서 생기는 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 무력화’ 여파가 여성 인권에도 미치고 있다. 연정 파트너인 초정통파 유대교가 종교 율법에 따른 성별 분리와 ‘여성 배제’를 내세우면서, 다른 중동 국가들처럼 이스라엘의 성 평등과 여권(女權)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와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간은 대중교통이다. 텔아비브에서는 남성들이 타고 있는 열차에 탑승하려는 여성이 제지당하고, 버스 기사가 크롭톱(배꼽이 보이는 짧은 티셔츠)이나 운동복을 입은 여성의 탑승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NYT는 “여성이 운전하는 버스를 세우고 도로를 막아버리는 사건도 발생했다”며 “이런 ‘성별 분리’ 현상이 이스라엘 전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 성별 분리가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하레디)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강요되기 시작한 계기는 ‘사법 무력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극우·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등 우파 연정은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성 평등과 여성·소수자 인권 등을 우선시하는 판결을 해온 대법원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조치다.
성차별적 종교 율법에 맞설 수 있는 대법원이 힘을 잃으면서 이스라엘의 여성 인권은 급속도로 후퇴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6월 세계경제포럼이 146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은 83위를 기록, 지난해(60위)보다 23계단 하락했다. NYT는 “극우 연정의 요구는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선언에서 보장된 여성의 평등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조치들에 이스라엘 여성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초당파적 여성 단체 ‘보노트 알터나티바’ 회원들은 매주 열리는 사법 무력화 반대 시위에 붉은 옷과 흰 모자를 쓴 채 참여하고 있다. 여성 인권이 말살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 속 복장을 본뜬 것이다. 지난달 23일 하레츠는 ‘정부가 여성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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