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 갑질 교육부 직원 “치료기관 자료였다” 결국 사과

“경계성 지능 가진 자식 안타까워…상처받은 선생님께 죄송”

세종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교육부 직원이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해당 직원이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담임 교사는 지난해 세종에서 유일하게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교육부 직원 A씨는 13일 오후 교육부 기자단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과문을 전달했다. A씨는 “담임 선생님에게 드린 (왕의 DNA 내용 등이 담긴) 자료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고 해명했다.

그는 “교장 선생님과 상담 중 제가 우리 아이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께 전달해드렸다”며 “전후 사정의 충분한 설명 없이 메일로 자료를 전달했으니 황당한 요구로 불쾌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준 자료를 전달한 것이 선생님께는 상처가 됐을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지난해 자녀의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A씨는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 점, 좋은 점을 쓴 글이 학교 종이 알리미 앱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의 제기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내세워 교사와 학교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저의 직장과 제가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다”며 “그래서 저의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혹여나 진행 과정에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세종에서 교사가 아동학대로 직위해제된 사례는 A씨 자녀의 담임 교사가 유일했다. 13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2년 교육공무원 아동학대 수사 개시 통보 및 직위해제 수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에서 아동학대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례는 4건, 교사의 직위해제까지 이어진 사례는 1건이었다. 지난해 울산을 제외한 전국의 직위해제(35건) 비율은 수사 개시 통보(448건)의 7.8%였다. 세종은 25.0%로, 경북(26.7%) 다음으로 높았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