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옆에 ‘전문인력’만 있었어도…사태 막을 수 있었을 것”
통합교육 원반에 특수교사 아닌 ‘비전문 보조인력’ 투입
담당 아동 많아 학부모와의 소통도 줄어 ‘오해·불신’ 유발
“특수학교에 분리하자는 건 차별…정부, 인력 증원 노력을”
서울 한 초등학교의 특수교사 A씨는 지난달 주호민 웹툰작가가 아동학대 혐의로 특수교사를 고소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처음 든 감정은 분노였다. 그러나 지난 2주간 논란을 지켜보면서 분노는 착잡함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주 작가를 비난하던 손가락이 주 작가의 아들로,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 아동 전체로 옮겨가는 걸 보고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사안이 주 작가 부부의 갑질로 단순화되는 것도 착잡함의 원인이었다. 특수인력 부족과 이로 인한 업무 과중, 소통 단절 등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에도 마치 특정인의 일탈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도되는 걸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A씨를 포함한 현직 특수교사들은 “구조적 원인을 무시하고 주 작가만을 비난하거나 통합교육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특수교사들은 주 작가를 둘러싼 논란 배경에 전문인력 부족이 있다고 했다. 현재 통합교육이 진행되는 원반(일반교실)에 투입되는 인력은 특수교사가 아닌 ‘보조인력’이다. 보조인력은 주로 사회복무요원과 특수교육 실무사들을 말한다. 드물게 활동보조사가 원반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특수교사와 달리 특수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8년차 특수교사 정모씨는 13일 “사회복무요원과 같은 보조인력들은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옆 아이를 때려도 그때그때 대처가 어렵다”면서 “돌발행동이 있으면 특수학급으로 데리고 오라고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7년차 특수교사 이모씨도 “보조인력은 손만 빌려주는 역할”이라며 “전문인력인 특수교사를 배치해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주 작가 아들 B군도 돌발상황에서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배려의 말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등의 책을 쓴 류승연 작가는 인력 지원이 있었다면 B군의 돌발행동도 학교폭력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류 작가는 “아들이 반에서 성기를 노출한 적이 있다”면서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표현이었는데, 아이의 행동을 옆에서 면밀하게 관찰해줄 인력이 없다 보니 바지를 훌렁 내렸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력을 지원받은 뒤에는 (아들이) 성기를 노출하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류 작가는 “B군도 옆에 전문인력이 있었다면 성기를 노출하는 상황까지 안 갔을 것”이라며 “자폐의 특성 중 하나가 말 대신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인데, 이를 해석해 줄 사람이 없어 생긴 일”이라고 했다. 그나마 보조인력조차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B군이 다니던 학교 역시 지원 인력이 부족해 주 작가가 직접 보조인력을 고용해 통합교육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회복무요원 배정만 해도 한참 걸린다”면서 “현실적으로 아이들 모두에게 인력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특수교사가 부족하면 학부모와 교사 간 면밀한 소통도 어려워진다. 특수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아동이 많아질수록 원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고 아동에게 쏟을 시간도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정씨는 “특수교육법에 교사 한 명당 학생 4명을 맡게 되어 있는데 9명이 넘는 학교도 있다”면서 “국어와 수학 시간에 특수학급에 아이들이 오는데, 인원이 많다 보면 한 사람당 20분밖에 수업을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고 말했다.
A씨는 소통이 줄어들면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오해와 불신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소통이 없다 보면 학부모 입장에서 교사의 지도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 보니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의 불신은 교사의 소극적 대처로 이어진다. 이씨는 “고소나 녹음 등을 고려하다 보면 해야 할 교육도 적게 하고 몸을 사리게 된다”면서 “교사들이 치열하게 가르쳤던 행동을 줄이다 보면 아동에 대한 방임과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불통이 불신을 낳고, 불신은 방치로, 방치는 다시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특수교사들은 이런 구조적 원인을 무시한 채 “통합교육을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장애 혐오라고 했다. A씨는 “(주 작가 사태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수교사와 전문인력을 늘려서 통합교육을 확대해야 하는데, 오히려 통합교육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손쉬운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런 주장을 보면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이 무너지는 것 같다”면서 “비장애 아동들처럼 장애 아동도 각기 다른 특성이 있는데, 일부 돌발행동이 있었다고 특수학교에 분리하자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교사 인원수를 늘려주지 않고 특수교육 보조인력만 늘리려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수교육 대상자는 늘어나는 만큼 교육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모두 인력 증원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근·김세훈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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