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로 세수 구멍…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 3%대로 깎는다

반기웅 기자 2023. 8. 1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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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감안 땐 사실상 감액
복지비 줄어 국민 부담 늘 듯
경기 침체 여파까지 맞물려
상반기 세입 전년비 40조 ↓
하반기 반등 가능성도 희미

정부가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을 3%대로 낮춰 예산안을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감세와 경기 침체가 맞물려 세입 여건이 악화되자 지출을 억제해 살림을 운영하겠다는 취지인데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예산 편성이 된다. 지자체의 각종 사업과 복지비 지출이 제약되면 의료, 교육, 공공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개별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다.

13일 정부와 여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3%대로 정하고 예산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 건전재정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예산안은 660조원 규모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전망한 내년 총지출(669조7000억원) 규모와 총지출 증가율(4.8%)에 못 미친다.

올해 총지출 규모는 638조7000억원으로 지출 증가율은 5.1%였다. 내년 지출 증가율을 3%대로 낮춘다면 2017년 이후 최저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2018~2022년 예산안상 총지출 증가율은 연 7~9%대였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인플레이션 추세를 감안하면 3%대 지출 증가율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라는 의미”라며 “경기 둔화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기에 지출을 줄이고 정부 역할을 축소하면 불황이 길어져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세수가 긴축 재정을 불렀다. 올해 들어 6월까지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 줄었다. 소득·법인·부가세 등을 중심으로 세금이 덜 걷혔다. 올해 남은 기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4조원 이상 부족하다.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이 부진한 데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어 법인세와 자산세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하 등 지난해 추진된 주요 감세 조치를 감안하면 향후 세수는 만성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국가보조금과 현금성 서민 지원 사업 등이 삭감 1순위로 꼽힌다. 전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뉴딜·태양광 관련 사업도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기재부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각 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들을 소집해 부처별 예산 요구안을 다시 작성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이미 제출한 예산안에서 지출을 더 줄이라는 취지로 정부가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전성인 교수(홍익대 경제학)는 “긴축을 한다고 해서 모든 사업 부문의 예산을 일괄 삭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반도체·전기차와 같은 대기업 지원 사업 예산은 그대로 두거나 늘리고 기초과학 R&D(연구·개발) 예산을 큰 폭으로 줄이거나 복지 사업 예산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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