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민간 전문가들 판단 받나
수용 여부, 부의 심의 거쳐야
사안 놓고 군 안팎 견해 갈려
16일 징계위 통보엔 “불출석”
대통령실 “가짜뉴스 경계를”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둘러싼 외압 논란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국방부의 외압을 받았다면서 군검찰 조사를 거부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박 대령에 대해 적용한 ‘집단항명 수괴’ 혐의가 적절한지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13일 “그 어느 때보다 군검찰 수사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큰 사건”이라며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이 아닌 수사심의위에서 진행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 대령은 수사 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일 군검찰에 의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되고 수사단장직에서도 해임됐다.
박 대령은 지난 11일 군검찰 조사를 거부하면서 해병대 1사단장 등의 혐의를 축소하기 위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박 대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밝혔다. 공정한 수사에 적합한 기관이 수사심의위라는 것이 박 대령 측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박 대령 측은 14일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검찰단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군검찰 수사심의위는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수사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 설치됐다. 국방부 장관이 위촉한 민간인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사 사건 당시에는 김소영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시민단체와 학계, 법조계 등 민간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2021년 6월 제·개정된 운영지침에 따르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및 불기소 처분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 등을 심의할 수 있다.
박 대령의 신청이 수용될지는 향후 구성되는 부의(附議)심의위에서 결정된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국방부 검찰단은 각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수사심의위원(5~20명) 중 5명을 선정해 부의심의위를 조직한다.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하면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박 대령의 경우 수사심의위에 부의될 만한 사안인지 군 안팎의 견해가 엇갈려 심의 결과에 따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국방부는 “수사심의위 신청서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규정과 지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병대는 박 대령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해병대사령부는 오는 16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고 지난 12일 박 대령에게 통보했다. 박 대령이 지난 11일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한 직후 KBS 1TV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과 <뉴스9> 등에 출연한 것을 문제 삼았다. 군인은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해병대 공보정훈업무 규정과 군사보안업무 훈령을 근거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징계위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진술권 보장을 위해 징계 조사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1차로 징계위 연기 신청서를 낼 것”이라며 “징계기록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15일까지 (징계기록이) 도착하지 않으면 2차 징계 연기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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