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이 운전시켜”… ‘촉법소년’ 범죄에 악용하는 청소년들 [미드나잇 이슈]
만 14세 미만 청소년, 처벌보다 교화에 초점 맞춘 것
미성년자들이 처벌 피하기 위해 촉법소년 악용하기도
비슷한 범죄 계속되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론 높아
처벌 만능주의·사회적 낙인의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전기차를 훔친 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초등학생에게 이를 운전하게 한 중학생이 경찰에 체포됐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을 범죄에 악용한 것이다. 이 같은 범죄가 꾸준히 언론에 보도되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다만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연령 하향에만 집중할 경우 ‘처벌 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면허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A군은 전날 오전 10시10분쯤 대전 유성구 외삼동의 한 도로를 달리다 인근 주유소 앞에 있던 가격표 간판을 들이받았다. A군은 3명을 태우고 운전하던 중 대전 도시철도 1호선 유성온천역 인근에 2명을 내려주고, B군과 함께 사고지점까지 7∼8㎞가량을 추가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촉법소년인 A군은 “호기심 때문에 차를 훔치기로 했고, 형들이 운전시켰다”며 “중3 형들은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성년자들이 본인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촉법소년을 악용한 정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가 가장 어린 A군을 운전시킨 것을 감안하면 촉법소년임을 이용하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여론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낮춰야 한다’고 본다. 설문조사 업체 메타서베이가 지난 6월 10~60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촉법소년 제도가 청소년 범죄를 증가시킨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2.2%가 ‘그렇다’고 답했다. ‘촉법소년 범죄 형량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도 92.6%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오석준 대법관도 지난해 8월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실제 책임능력이 갖추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소년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고, 사회적 낙인 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며 연령 하향에 반대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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