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에는 36살의 활력소가 있다… 그들이 강팀인 이유, 베테랑들이 할 일을 아니까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는 후반기 들어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운드가 잘 버텨준다는 게 그렇게 큰 위안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운드가 좋을 때 같이 상승세를 타 승리를 바짝 벌어줘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러다 타격이 올라왔을 때 투수진이 지치면 그 또한 위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우울한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분전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베테랑 내야수 김성현(36)이었다. 올해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는 준주전급 선수인 김성현은 8월 1일부터 12일까지 10경기에서 타율 0.324를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었다. 단순히 안타만 많이 친 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활로를 뚫거나 기회를 이어 가는 몫을 톡톡히 했다.
2일 수원 kt전에서 3안타, 5일 사직 롯데전에서 2안타를 기록한 것에 이어 9일 인천 NC전에서 1안타 1타점, 11일 인천 삼성전에서 4안타 1타점, 12일 인천 삼성전에서 2안타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팀 타선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었다. 김원형 SSG 감독은 그런 김성현을 두고 “우리 팀의 활력소 몫을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36살의 베테랑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 모르지만, 실제 느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랬다.
사실 김성현은 한때 팀을 대표하는 내야수였다. 팀 주전 유격수로, 또 팀 주전 2루수로 오랜 기간 활약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당시 2루와 유격수를 오가며 내야를 지킨 선수가 바로 김성현이기도 했다. 경력이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김성현의 경력은 ‘백업’보다는 ‘주전’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선수였던 셈이다.
보통 오랜 기간 주전을 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백업으로 갈 때는 나름대로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백업으로 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는 경우가 간혹 있고,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체자가 시원치 않을 경우 더 그렇다.
이들이 이것을 인정하면 더 탄탄하고 좋은 팀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팀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 만약 그 대상이 되는 베테랑이 많고, 이들 사이의 불만이 커지면 그 팀 분위기는 반드시 엉망진창이 되게 되어 있다. 어린 선수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팀이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없다. 그러나 김성현은 전혀 그런 불만이 없었다. 나가라고 할 때 나갔고, 때로는 2루로, 때로는 익숙하지 않은 3루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팀의 ‘소금’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선수다.
SSG가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이룬 건 주축 선수들의 좋은 활약에 최지훈 박성한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두루 조합된 영향이 컸다. 한편으로 어린 선수들, 그리고 외부에서 영입된 선수들에게 자기 자리를 내주고 백업으로 밀린 베테랑 선수들이 묵묵하게 이들의 뒤를 밀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들은 예전을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다.
김성현 외에도 팀의 주전 중견수로 오랜 기간 인천의 중원을 누볐던 김강민도 마찬가지다. 이제 마흔을 넘긴 김강민도 주전 자리를 내준 지는 꽤 됐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임무를 깨닫고 그에 맞게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내‧외야 멀티 플레이어인 오태곤도 그런 선수다. 주전 욕심보다는 팀이 필요한 곳에 항상 있었던 선수다. 노경은도 굳이 선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팀 사정에 맞게 불펜으로 이동해 대활약했다. 추신수도 후배들의 휴식 시간을 위해 수비를 나가길 원했고, 그 때문에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공교롭게도 13일 인천 삼성전에서 팀의 4-0 승리를 이끈 건 어린 선수들이 힘겨워할 때 다시 전면에 나서 자기 몫을 한 베테랑 선수들의 덕이었다. 김강민은 1회 최지훈의 주루사 이후 다시 2루타를 치고 나가 끊긴 분위기를 되살리며 선취점의 발판을 놨다. 2회 추가점의 시작은 김성현의 안타였고, 이후 2점의 추가점은 오태곤 안타, 도루, 추신수 해결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졌다. 노경은은 연투에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들이 자기 욕심을 부리며 뭉쳤다면 아마도 SSG라는 팀은 엉망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이 자기 욕심을 내려놓고 팀에 헌신하며 뭉쳤기 때문에 SSG는 좋은 팀이 됨과 동시에 세대 교체의 흐름까지 서서히 만들어갈 수 있었다. 베테랑들이 할 일을 아는 팀들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올 시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위 자리는 지키고 있는 SSG가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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