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피어나'와 動詞 되다…'너 내 동료가 돼라' 위풍당당 행진곡
양일간 1만명 운집…총 7개 도시 13회 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4세대 K팝 간판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은 동사(動詞)다.
르세라핌 다섯 멤버는 13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친 첫 월드 투어 '플레임 라이즈스' 서울 공연에서 스스로 거듭나는 노래를 선보였다.
사실 팀명부터 동적이다. 르세라핌은 '아임 피어리스(IM FEARLESS)'를 애너그램(문자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놀이) 방식으로 만든 이름이다. 이 '두려움 없음'은 팀의 정체성이 되는 정언명령(定言命令)이다.
르세라핌 멤버들은 단순히 있는 게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의지형이 된다. 그건 팬덤 '피어나'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이기도 하다. '연대'할 수 있는 '동료'들이 함께 있어 당당해질 수 있는 행진곡이 된다. 그렇게 르세라핌의 노래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노래가 된다.
데뷔 앨범 '피어리스(FEARLESS)'에 수록된 인트로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에 이어 이날 공연의 포문을 연 데뷔곡 '피어리스'부터 그렇다. 멤버들의 '주체 변화'를 가져온 곡이다. 두려움이 있어도 나가는 자의 태도다.
사실 이런 '두려움 없음'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멤버들을 통해 소속사 쏘스뮤직과 모회사 하이브가 끄집어낸 콘셉트다. 하이브 첫 걸그룹에 대한 기대감, 우려 등을 모두 이겨내야 하는 관계자들이 던진 승부수다.
그런데 르세라핌은 기획력과 실행력이 일치하는 드문 팀 중 하나다. 양쪽이 분산돼 있지 않는다. 허울 좋은 소리가 아니라 허용 가능한 서사가 된다. 멤버들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그걸 몸소 준비했다.
어떤 중단발도 순정만화의 이미지로 만들며 외모가 물 오른 걸 증명한 김채원은 콘서트의 중심을 잡으며, 리더로서 책임감을 분명히 했다. '노 셀레셜(No Celestial)' 초입에 기타 퍼포먼스를 펼친 허윤진은 노래, 춤, 음악성의 균형을 보여줬다. 무대든 일상이든 융화가 강점인 사쿠라는 팀에 유연성을 부여했다. 발차기로 객석의 환호성을 연이어 끌어낸 카즈하는 무대 위 멋진 몸을 위해 삶의 근육을 얼마나 단련했을까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홍은채는 밝고 순수한 에너지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였다. 허윤진은 "르세라핌은 실제 봐아 한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그녀의 말 그대로였다. "내면에 있는 목소리를 따라 하고 싶은 걸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는데 그것이 외면으로 드러났다. 초대형 슬라이딩 LED가 눈길을 끌었지만 그 앞에서 멤버들이 더 빛났다.
'위 갓 소 머치(We got so much)' 등 신곡 무대도 돋보였는데, 역시 객석 불꽃이 크게 일렁인 화룡점정은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더 히드라(The Hydra)',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이프푸), '언포기븐(UNFORGIVEN)'으로 이어진 히트곡 퍼레이드였다. 특히 여전히 '챌린지'가 유행인 '이프푸' 무대에선 떼창이 우렁찼다. 핌봉(응원봉)도 유독 반짝거렸다.
첫 콘서트였던 만큼 멤버들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쿠라는 "피어나 덕분에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허윤진은 "똑같은 관심사로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 감동"이라고 벅차했다. 카즈하는 "피어나가 제 꿈을 많이 이뤄줬는데 앞으로도 더 함께 버킷리스트를 이뤄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건 개별성에서 연대성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김채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아티스트가 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이미 르세라핌 다섯 멤버들은 좋은 사람이다. 이날 마지막 곡 '파이어 인 더 벨리' 속 노랫말인 "너 내 동료가 돼라"에 피어나가 기꺼이 화답한 이유다. 그렇게 르세라핌 노래들은 다 함께 나아가기 위한 '위풍당당 행진곡'이 됐다.
단숨에 티켓이 매진된 이번 콘서트는 전날까지 총 관객수 1만500여명을 기록했다. 오는 23~24일 일본 나고야 니혼가이시홀로 투어를 이어간다. 총 7개 도시 13회 공연이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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