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0대…세계 판매 급감, 수소차의 ‘굴욕’

박순봉 기자 2023. 8. 1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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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친환경’ 출발 같았지만 다른 위상…새 대표 사퇴한 ‘니콜라’ 여전히 수렁
작년보다 11.6% 역성장…상용차 공략한 중국 업체만 점유율·성장률 높여

수소전기차(수소차)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수소차는 당초 ‘배터리 전기차’(전기차)와 함께 대안으로 거론됐다. 친환경이란 종점으로 가기 위한 두 갈래 길이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로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2~3년 사이 두 대안의 위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제는 거대한 흐름이 됐고,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전기차를 흔히 볼 수 있다. 반면에 수소차는 대안으로서의 자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 수소차 업체 니콜라에 무슨 일이?

수소차 스타트업 니콜라 위기는 흔들리는 수소차 업계의 한 단면이다. 니콜라는 한때는 테슬라를 위협할 정도로 유망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조조정, 최고경영자(CEO)의 유죄 평결 및 교체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회사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니콜라는 2014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립된 수소차 업체다. 수소차 트럭이 주력 분야다. 2020년 6월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다. 상장하고 5일 만에 2배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한때 전통의 완성차기업 포드 시가 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니콜라라는 회사는 물론 수소차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섞여서 나온 상승세였다. ‘제2의 테슬라’ 혹은 테슬라를 위협하는 스타트업이란 평가도 당시에 나왔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니콜라는 완성한 차를 한 대도 내놓지 못했다. 당초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던 GM, 한화 등이 발을 빼면서 결국엔 니콜라 주식의 거품도 빠졌다.

니콜라는 여러 가지 논란을 낳았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이 가짜 완성품 공개 의혹이다. 니콜라는 2016년 말 최초의 수소 트럭 ‘니콜라 원’을 공개했다. 니콜라는 이 트럭이 실제 운행이 가능한 실물 트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트럭은 모형이었다.

니콜라가 제대로 된 차량을 공개한 적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2018년 니콜라는 자사 트럭이 주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기였다. 니콜라의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은 언덕에서 모형 트럭을 굴린 뒤 자체 동력으로 주행하는 것처럼 위장한 동영상을 제작했다. 2020년 9월 모형이 내리막길에서 중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니콜라는 또다시 흔들렸다. 창업자 밀턴은 증권사기 혐의 등으로 유죄 평결까지 받게 된다.

이런 니콜라를 구출하기 위해 나타난 인물이 마이클 로쉘러 CEO다. 로쉘러는 지난 1월 취임했다. 그는 폭스바겐 미국법인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바 있고, 독일 자동차 업체 오펠의 최고경영자도 역임한 인물이다.

하지만 로쉘러조차도 지난 5일 가족의 건강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로쉘러 체제’에서도 니콜라의 경영 위기는 계속 악화됐다. 니콜라는 지난 2분기 2억178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2분기 1억7300만달러 손실보다 손실액이 더 커졌다. 게다가 판매 실적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2분기 154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10만달러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러는 사이 니콜라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년 전 주당 6달러를 넘었지만 지난 10일에는 2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 고전 면치 못하는 수소차 업계

수소차 시장 전체 상황도 여의치 않다. 니콜라는 개별 기업의 문제와 악재가 겹친 결과물이지만 시장 흐름도 역시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세계에서 팔린 수소차는 8290대로 채 1만대도 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상반기(9377대)보다 올해 판매량은 1087대(11.6%) 줄었다.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량 역시 지난해 상반기 5466대에서 올해 상반기 3198대로 41.5% 감소했다. 전체 시장도 작아지고 1위 기업도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넥쏘와 일렉시티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데, 신형 모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어려운 시장 상황이 반영돼 있다.

그럼에도 수소차가 상용차 분야에서는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은 세계 시장에 수소차 2764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1415대에 비해 95.3%의 성장률이다.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15.1%의 수소차 시장점유율을 보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3.3%로 2배 넘는 성장률을 이뤄냈다.

중국이 이처럼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은 상용 수소차 시장 공략이다. 수소차는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상용차 분야에선 전기차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화물을 적재하고 먼 거리를 운행해야 하는 상용차는 주행거리가 중요하다.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늘려야 하는데, 배터리를 늘릴수록 가격이 높아지고 무게도 늘어나 효율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상용차는 물류 창고나 고속도로 같은 주로 다니는 구간이 있어서 수소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주요 구간에만 인프라를 갖추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이 건설되는 미국 조지아주는 고속도로에 수소 연료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 및 배송을 위한 인프라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관련 부품을 서배너 항구에서 공장으로 운반할 예정인데, 이를 현대차 수소트럭 엑시언트가 맡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가 외면을 받으면서 인프라도 발전하지 못해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상용차에선 전기차 대비 수소차가 유리한 점이 많다. 상용차 분야에선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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