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으로 완성된 예술세계… ‘천재화가’ 2人 삶 엿보다
뮤지컬 ‘프리다’
고통 속 환희 외쳤던 프리다의 삶
한 편의 쇼처럼 압축… 희망 메시지
김소향·김히어라·알리 열연 선봬
발레 ‘울림’
‘낙원의 가족’ 등 이중섭 작품 영감
李 예술세계에 동시대적 감성 더해
예술 향한 열정 등 몸짓으로 풀어내
프리다 칼로(1907∼1954)와 이중섭(1916∼1956). 멕시코와 한국에서 ‘국보급 화가’나 ‘국민 화가’로 불리는 위대한 예술가이다. 두 사람은 자국의 민족 정신과 전통을 화폭에 담으면서 시대 및 개인적으로 겪은 고통과 사랑 등 삶 자체를 그림에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물론 배우자와의 관계 등 상반된 지점도 적지 않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국민의 추앙을 받는 화가로 멕시코 500페소 지폐 앞뒷면에 함께 그려진 디에고 리베라(1886∼1957)와 사랑에 빠져 그의 세 번째 아내가 됐지만 타고난 바람둥이인 남편의 불륜 행각에 치를 떤다. 그러다 독학으로 그렸던 자신의 작품이 미국과 유럽에서 호평을 받으며 스타 화가가 돼 부와 인기를 얻었다. 반면 이중섭은 한국전쟁 통에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 1921~2022)와 순애보처럼 애절한 사랑을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림을 팔아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러 일본에 가겠다던 꿈이 물거품되면서 실의에 빠졌고 말년에는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무연고자로 삶을 마감한다.
지난해 초연된 이 작품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 ‘더 라스트 나이트 쇼’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프리다가 어린 시절부터 겪은 굵직한 사건과 만났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여섯 살 때 오른발의 성장이 멈춘 소아마비를, 명문대학 재학 중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교통사고를 겪고 결혼해서도 남편의 바람과 유산에 괴로워하는 등 평생 고통 속에 살면서도 이를 예술로 승화한 프리다를 만날 수 있다.
추정화 연출은 “어떤 인생이든 고통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이겨내는지는 각자의 몫”이라며 “고통 속에 삶을 마감했지만 ‘인생이여, 만세!’를 외친 한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이 작품이) 지금 현실이 힘든 분들에게 한잔의 샴페인 같은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무 겸 예술감독을 맡은 김유미가 이중섭이 1952∼1956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노을을 등지고 울부짖는 소’, ‘봉황(부부), ‘투계’, ‘낙원의 가족’, ‘가족을 그리는 화가’, ‘소’, ‘길 떠나는 가족’ 등에서 영감을 받아 ‘1장 프롤로그-소, 2장 부부, 3장 은지화-에필로그’로 구성했다.
김유미는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해석하기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차에 올초 관람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그림을 춤으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와 함께 세계 유수의 발레단·컨템포러리(현대) 무용단 출신인 성창용, 김유식, 김소혜, 최희재가 무대에 오른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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