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
지난 8월12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 및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하는 4차 집회가 열렸다. 교사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 집회에 대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2학기 교육 준비에 전념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이 집회는 교사와 학생 모두의 입장에서 일상인 학교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자리인데 말이다.
이 집회에 대한 보도 역시 ‘또 거리로’와 같은 통상적 은유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집회가 있었다는 단순 사실만 전달하여, 시민들이 교육 현장과 거리를 별개로 인식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의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교사와 학생의 일상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자리이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주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보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교권 침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보도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먼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하여 발생한 정쟁을 단순히 중계하는 데 그치는 보도가 다수였던 점이 문제이다. 이제까지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시켜 정당 간 정쟁의 도구로 삼아왔고, 이것이 이 사안에도 반복되면서 발생한 논란을 그저 전달하기만 했다. 이러한 대립 구도 속에서는 현재 학교에서의 생활지도 및 학부모 민원을 처리하는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논의하기 어렵고 교육당국의 책임과 구조적 문제 역시 다룰 수 있는 공론장이 만들어질 수 없다.
또한, 교권 침해 사례들을 다수 발굴하여 전달하면서 서이초 교사 사망의 원인이 된 문제가 특수한 것이 아닌 교사 다수가 경험하는 문제라는 점을 드러내는 보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보도가 시장화된 교육 체계 내에서 교사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소진되고 있다는 사실과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조명하는 데 기여하는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몇몇 보도 사례들은 교사들이 교육당국에 왜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알리기보다는, 선정적인 사례 제시를 통해 어떤 특정한 ‘진상 학부모’를 비난하게 만들어 이 문제를 특정 개인의 문제로만 보도록 만들었다.
꼭 필요한 생활지도임에도 아동학대로 낙인찍히기 쉬운 교육 환경에서 학교라는 일상을 살아가는 학생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 목소리가 들려지지 않는 것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지한구 기자는 공고 교육 경험을 통해 ‘민원이 없는’ 학교의 역설을 전했다.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교사의 권리와 일상을 침해하는 악성 민원이 반복되는 현실에는 입시 경쟁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으며 대학 서열을 통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그 기저에 있다. 공교육 현장뿐 아니라 사교육 영역에서도 이러한 악성 민원 문제가 유사하게 존재하며 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한다. 끊임없는 민원으로 상대를 소진시켜 의견을 관철하는 방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반복적 민원을 통해 성평등, 인권 관련 도서를 공공 도서관에서 제거하려는 시도 역시 악성 민원이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의 부재, 교육당국의 책임, 공고육을 어렵게 만드는 교육 시장화 현상, 입시 경쟁 구조에 대한 성찰, 악성 민원이 발생하고 이것이 관철되는 구조 문제 등이 아울러 다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이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즉 교육 주체들의 일상이 어떠한지에 대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은 언론 보도가 더 많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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