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과잉처벌과 부수적 처벌
최근 합법 집회가 불법화되고 공권력의 과감한 물리력 행사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5월23일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경찰의 집회 대응이 위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5월25일 대법원 앞 인도에서 진행된 비정규직 노동자 문화제를 원천 봉쇄했고, 이를 막으려던 참가자들을 체포했다. ‘폭력성이 없는 집회를 강제 해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을 무시하면서 집행한 경찰의 논리는 ‘불법 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참가자들은 ‘대법원’으로 삼행시 경연을 펼치며, 불법파견 문제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법원을 비판한 것이 전부였다.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규정한 탄압도 지속되고 있다. 경찰은 건설현장 불법단속기간을 연장하고, 특진자를 90명으로 늘렸다. 전세사기와 마약 수사에 배당된 특진자보다 더 많은 이례적인 규모다. 건설노조의 조직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지만 경찰의 노조원 검거 열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처벌 강화 기조는 노조 탄압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벌어진 ‘흉기 사건’이 적극적인 치안의 대상으로 다뤄지면서 이른바 “사회적 안전”을 위한 적극적 조치 요구가 사회적으로 확산된다. 유명한 범죄심리학 교수는 SNS상의 흉기난동 예고자를 엄벌하기 위해 ‘살인예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인예고 지역을 알려주는 앱도 개발됐다. 앱을 만든 IT업체는 ‘칼부림 예고글’을 테러로 규정한 경찰청장을 따라 앱을 ‘테러레스(terrorless)’로 명명했다. 경찰은 권총과 테이저건 등 테러 진압에 사용되는 무기를 휴대하며, 길을 가던 중학생을 폭력적으로 체포했다.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은 처벌주의를 강화한다. 정부가 통치권을 정당화하고 지지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손쉽고도 오래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에 대한 시민적 열망이 정치적 해결 대신 개인적 노력과 기술적 해결, 기업의 상품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안전은 처벌 강화와 너무 쉽게 밀착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처벌주의는 오히려 안전을 약화한다. 우선 통치권을 강화하는 데 유용한 특정한 위험이 선별되고, 특정 위험은 ‘범죄’의 형태로 가시화된다. 위험의 표면 아래 자리한 사회적 불안과 불평등을 가리는 데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범죄자’만 한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향한 사회적 공포와 분노가 확산되는 사이 보다 근본적인 위험은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며, 이에 대한 논의는 주변적이고 부수적인 것으로 약화된다. 어떤 구조적 차별이나 폭력은 법과 정치가 적극 해결해야 할 의제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지연된다. 어떤 처벌은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모호한 상태로 집행된다. 마치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식으로 처벌은 부수적 차원으로 전락하며, 법 자체의 실효성을 흔든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은 헌법재판소 전원일치로 기각되었다. 헌법상의 생명권과 국가 의무는 재난참사 앞에 침묵하길 선택했다. 정권 초기 ‘중대재해 처벌 완화’를 공공연하게 표명한 이래, 대기업의 중대재해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기업 총수가 처벌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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