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초임교사의 죽음‥학부모들 무슨 말 했길래
[뉴스데스크]
◀ 앵커 ▶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초임 교사였던 고 이영승 선생님은 목숨을 끊기 전날까지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을 힘들게 했던 학부모,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4년 넘게 아이 치료비를 요구한 학부모도 있었고, 전화를 안 받는다며 진짜 죽은 게 맞는지 확인하겠다고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물의를 일으킨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영승 선생님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을까요.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영승 선생님 부임 첫 해인 2016년, 담임을 맡은 6학년 2반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쳤습니다.
수업 도중 발생한 사고라,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는 돈을 더 요구했고, 학교 측은 휴직하고 군 복무를 하던 선생님에게 직접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고 이영승 아버지] "결론은 그거잖아요. 치료비잖아요. 그거를 해결을 하라고 그렇게 전화를 했어요. "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3년이 지나, 해당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9년 12월 31일.
학부모는 '2차 수술 예정'이라며 선생님에게 다시 연락했습니다.
성형수술비 명목으로 돈을 달라는 요구는 이후로도 계속된 걸로 보입니다.
[당시 호원초 동료교사 (음성변조)] "2020년이었는지 21년이었는지, 폭음하는 사람이 아닌데 엄청나게 폭음을 했어요. '지금 또 학부모가 연락을 한다. 제가 그분하고 합의 안 할 거예요.'"
사실을 확인하려 했지만 해당 학부모는 통화를 거부했습니다.
['페트병 사고' 학생 어머니 (음성변조)] <MBC 차주혁 기자라고 하는데요.> "‥‥‥" <여보세요.> (통화 종료)
2021년 12월 8일 오전,
이영승 선생님에게 부재중전화 2통이 걸려왔습니다.
곧이어 '오늘 감기로 조퇴한다'는 문자메시지도 도착했습니다.
5학년 4반 장기결석 학생의 어머니였습니다.
바로 당일 이영승 선생님이 숨진 직후였습니다.
다음날까지 답이 없자, 학부모는 곧장 교무실로 찾아왔습니다.
[당시 호원초 동료교사 (음성변조)] "아, 막 찾으시더라고요. 굉장히 난폭하셨어요.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라고 말씀을 드리니 안 믿으셨어요.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급기야 직접 확인하러 장례식장에 찾아간 학부모.
하지만 조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장기결석' 학생 어머니-유족 대화 (음성변조)] 유족 : 여기 서 있는 시간도 상당히 길었는데 들어오세요. 학부모 : 아니에요. 인사하러 온 거 아니에요.
방명록 작성을 놓고는 유족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장기결석' 학생 어머니-유족 대화 (음성변조)] 유족 : 어머니, 남의 장례식장이 놀이터예요? 학부모 : 아니, 저한테 화내시는‥ 저 아세요? 유족 : 저 어머니 몰라요. 어머니 성함 얘기 안 해 주셨잖아요. 누구 학부모인지도 얘기 안 해주셨잖아요. 학부모 : 제가 못 올 데를 왔나 봐요. 그렇죠?
당시 유족들은 악성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일 거라 직감했다고 합니다.
[고 이영승 누나] "와서 인사 한 번 안 하고 가잖아. 너무 화나잖아."
장례식 방문 목적을 묻는 MBC 전화에, 해당 학부모는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장기결석' 학생 어머니 (음성변조)] <어머니, 그날 장례식장 가셨죠?> "모르겠습니다. 전화하지 마세요. MBC 차주혁 기자님을 제가 그러면 역으로 조사를 해야겠네요."
목숨을 끊기 전날에는,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 부모의 또다른 민원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
이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따돌림' 학생 어머니 (음성변조)] <왜 그렇게 화를 심하게 내셨나요?> "아무 것도 해주시는 게 없잖아요. '모두의 선생님인 건 맞지만 그럼 우리 아이한테는 선생님이 어떤 역할을 해 주실 수 있냐.' 저는 이런 식으로 화를 냈죠."
이들 세 명의 학부모는 서로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선생님이 힘들었던 것도 다른 학부모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돌림' 학생 어머니 (음성변조)] "요즘 엄마들처럼 별거 아닌 일에 쪼르르 학교 가서 '이거 고쳐주세요. 저거 고치세요.' 이렇게 떠넘기듯이 한 게 아니고‥선생님이 원래 하시는 일이 그거잖아요."
학부모들의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영승 선생님은, '원래 하던 일'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서른살 생을 마감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윤병순, 강종수, 조윤기 /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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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준형, 윤병순, 강종수, 조윤기 / 영상편집: 류다예
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382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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