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쿨

기자 2023. 8. 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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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그룹 쿨은 여름에 강하다. 1990년대 중반 쿨재즈풍의 음악을 표방하면서 데뷔한 이들은 매년 여름이면 소환되는 히트곡을 여럿 남겼다. ‘애상’ ‘해변의 여인’ ‘운명’ ‘해석 남녀’ 등은 전주만 들어도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스테디셀러다. 특히 “야, 여름이다”로 시작되는 ‘해변의 여인’은 올여름에도 인기를 누렸다.

쿨은 애당초 김성수, 이재훈, 유채영, 최준명으로 구성된 4인조로 출발했다. 그 뒤에 유채영과 최준명이 빠지고 유리가 들어오면서 3인조 혼성그룹으로 활동했다. 한때 개그맨 윤정수가 객원멤버로 활약하면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코요태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1990년대는 혼성그룹 전성기였다. 잼, 룰라, 영턱스클럽, UP, 샵(S#ARP), 스페이스A 등 많은 그룹이 댄스 음악계를 주도했다. 쿨은 1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통산 600여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웠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매년 여름만 되면 가요순위 프로그램 1위를 장식하는 히트곡을 내놓던 쿨이었기에 다른 댄스그룹들의 부러움을 샀다. 특히 어떤 노래든 소화하는 이재훈의 가창력과 까무잡잡한 유리의 춤 실력, 마초적인 매력을 가진 김성수의 조합이 잘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최고의 프로듀서 박근태와 작곡가 윤일상의 지원이 있었기에 동급 최강이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 혼성그룹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뭘까. 수많은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K팝’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지만 혼성그룹은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충성도 높은 팬덤의 형성을 그 이유로 꼽는다. 특히 압도적인 숫자의 여성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이 ‘혼성’이기를 원치 않는다.

유리는 미국에서, 이재훈은 제주도에서 가정을 꾸렸다. 유채영은 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무대 위에서 뛰놀던 그들은 없지만, 그들의 노래로 남은 여름을 견디면 어떨까.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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