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실종자 수백명… “늘어나는 시신, 안치할 곳도 없다”
지난 8일 새벽(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주(州)의 유명 휴양지인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93명(12일 오후 10시30분 현재)으로 늘어났다.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 85명을 이미 넘어섰다. 이는 소방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인 1918년 미네소타주 클로켓에서 453명이 희생된 산불 이후 105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산불 피해다. 구조대가 화재로 불탄 주택 등의 잔해를 아직 수색 중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더 정확한 사망자 수는 한 주 정도는 지나야 알 수 있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하와이주 소방 당국은 12일 현재 화재의 약 85%를 진화했다고 밝혔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2일 브리핑에서 “(피해 지역이) 완전히 파괴됐다”며 “(사망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며 사람들이 그에 대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한 불길에 희생된 피해자들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신이 수습된 93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 실종자 가족 전원의 유전자를 대조하는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NBC뉴스는 “마우이엔 병원이 한 곳, 영안실이 세 곳밖에 없다. 계속 늘어나는 사망자를 어디에 어떻게 안치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존 펠르티에 마우이 경찰국장은 앞으로 사망자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 “아무도 그 규모를 알지 못한다”며 “영향을 받은 지역의 3%만 수색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최소 수백명, 최악의 경우 1000명 이상에 달할지 모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마우이 전체 인구는 16만여 명이며 피해가 가장 큰 서부 해안 라하이나 지역엔 1만2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여기에 당시 마우이에 머물고 있던 방문객도 적지 않다고 추정돼 정확한 피해자 규모가 집계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수색구조팀을 포함해 150명 이상을 마우이섬에 급파했으며 추가 인원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애리조나·네바다주는 시신을 수색하는 전문팀과 수색견을 마우이로 파견했다.
마우이의 경제적 피해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완전히 잡히지 않은 불길이 서부 해안의 라하이나와 중부의 업컨트리, 풀레후·키에이 등에 여전히 살아 있어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11일 라하이나 인근의 카아나팔리에서 새롭게 발생한 산불도 이날까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불이 꺼진 곳엔 새까맣게 타버린 건물과 숯이 된 나무들만 남았다. 불이 완전히 진화(鎭火)되더라도 유독(有毒)한 연기와 붕괴하기 쉬운 잔해물로 인해 주민들이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피해 지역의 단전과 단수도 이어지고 있다.
FEMA와 태평양재해센터(PDC)는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라하이나 일대에서만 2170에이커(약 8.78㎢)의 면적이 불에 탔다”고 밝혔다. 이는 여의도 면적(2.9㎢, 한강시민공원 등 제외)의 3배에 달한다. 라하이나의 건물 2719채가 산불의 영향을 받았고 이 중 2200여 채가 훼손되거나 완전히 파괴됐다. 대부분은 주거용 건물이었다. 이재민 약 4500명은 대피소 등에 머무르고 있다.
FEMA는 “여전히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마우이섬의) 재건 비용은 아직 추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FEMA와 PDC는 라하이나 지역 일대에서 파괴된 건물을 재건하는 데만 55억2000만달러(약 7조350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마우이섬 전체의 피해가 집계되면 재건에 필요한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마우이섬을 지탱하던 관광 산업이 악영향을 입었다는 점도 지역 경제엔 큰 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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