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찾은, 빈티지 류의 모습이었다” 현지 중계진 칭찬, 류현진 탄력 받아 감격의 복귀승?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찰리 몬토요 토론토 전 감독은 당시 팀의 에이스였던 류현진(36‧토론토)이 좋은 투구를 할 때마다 ‘빈티지(vintage) 류’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최정상급이라는 찬사다. 그 때문인지 토론토 언론에서도 류현진이 잘 던질 때마다 어김없이 이 단어를 쓰곤 한다.
이 단어는 한동안 볼 일이 없었다. 류현진이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022년 6월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근래 꾸준하게 괴롭혔던 팔꿈치 통증을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토미존 서저리의 재활 기간이 보통 14개월에서 18개월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류현진의 토론토 경력이 이대로 끝났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재활 기간을 최대한 줄인 채 건강을 되찾은 류현진은 이제 서서히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일 볼티모어와 홈경기에서 감격의 복귀전을 치른 류현진은 5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썩 좋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4실점 중 3실점은 긴장이 채 풀리지 않았을 1~2회에 몰려 있었고 3~5회는 안정적인 피칭으로 볼티모어 강타선을 요리했다.
그리고 8일 클리블랜드와 원정 경기에서는 4이닝 동안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서서히 정상 궤도에 올라가고 있음을 입증했다. 4회 강습 타구에 맞아 5이닝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4이닝 동안 단 52개의 공만 던지며 좋은 투구를 했다. 무엇보다 첫 경기에서 말을 잘 듣지 않았던 체인지업의 감각이 서서히 살아난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무릎 타박상 때문에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어쨌든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도 류현진의 상태에 안도감을 드러낸 뒤 투구 내용을 호평했다. 현지 언론과 중계진도 마찬가지였다. ‘빈티지 류’의 모습이 다시 나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론토 주관 중계 방송사인 ‘스포츠넷’은 류현진이 부상으로 쓰러지기 전 “류현진이 자신만의 루틴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늘은 빈티지 류의 모습 그대로였다”고 반색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로 1‧2위 추격은 물론 피 말리는 와일드카드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토론토의 상황에서 류현진의 정상적인 복귀는 반드시 중요했다. 1년 반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두 경기 만에 자신의 경기력을 찾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움과 만족감을 드러낼 법하다.
류현진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토론토는 17연전 일정 중 류현진을 세 차례 끼어 넣어 한시적인 6인 로테이션을 만들었다. 그간 빡빡한 일정에서 많이 던진 5명의 선발 투수(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기쿠치 유세이, 크리스 배싯, 알렉 마노아)에게 하루씩 추가 휴식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14일(한국시간) 컵스전을 끝으로 이 17연전은 다 끝난다. 더 이상 6인 로테이션을 고수할 이유는 없다. 로스터 낭비가 될 수 있다.
한 명이 빠졌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에서 올해 극심한 부진으로 추락한 우완 알렉 마노아다. 루키 시설에서 밸런스 조정을 하고 다시 올라온 뒤에도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하자 토론토가 또 칼을 뽑았다. 11일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며 조정을 하게 했다. 시점과 토론토 로테이션을 봤을 때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를 내다본 장기적 포석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확실한 건 류현진이 이제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다는 것이다. 마노아의 몫까지 해야 하는 류현진이다. 14일 시카고 컵스 전에서의 성과도 중요해졌다. 류현진은 경력 내내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팔꿈치 수술 후유증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검증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익숙한 로저스센터에서 세 번째 선발 등판을 치르는 가운데, 컵스는 류현진에게 그렇게 나쁜 기억이 아니다. 통산 네 번의 등판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다만 기록들이 다 옛날이다. 토론토 이적 후에는 컵스와 상대한 적이 없다. 즉,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 당시 만났던 컵스 타자들 또한 남아 있는 선수들이 거의 없다. 새로운 팀과 맞붙는 느낌이다.
구속으로 먹고 사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구속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는 봐야 한다. 90마일의 류현진과 88마일의 류현진은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내곤 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브의 조합은 물론, 커터가 얼마나 날카로움을 되찾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승리는 2022년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이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