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락 알릴 수 있다면 어디든"…캐나다 차세대 동포 사물놀이패의 도전

YTN 2023. 8. 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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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한국 전통 가락이 공연장에 크게 울려 퍼집니다.

신들린 듯 돌아가는 상모가 우아한 곡선을 그려내고, 어느새 음악과 한몸이 된 고수는 북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듭니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관객들은 팔을 길게 뻗어 공연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쁩니다.

한인 청소년들로 이뤄진 사물놀이패의 무대.

캐나다 캘거리의 중국계 시민들이 스무 개 넘는 아시아계 단체를 초청해 연 다문화 축제의 첫 순서를 당당히 장식했습니다.

[캘리 / 캐나다 캘거리 :사물놀이 박자에 맞춰서 심장이 함께 뛰는 것 같아서요. 저희가 한국인임을 너무 자랑스럽게 느낄 기회라 너무 좋았습니다.]

거창한 연출이나 무대 장치 없이 9명이 빚어낸 공연.

한순간에 뿜어내는 에너지와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흥에 관객 모두 푹 빠졌습니다.

[크리스 / 캐나다 캘거리 : 한국 사물놀이가 최고였어요. 힘찬 북소리가 정말 좋았어요.]

강렬한 무대를 선보인 이들은 뜻밖에, 사물놀이 구경은 물론 한국 체류 경험도 별로 없는 캐나다 에드먼턴의 한인 2~3세들.

[김 제시카 / 한빛 사물놀이 단원 : 저 여기서 태어났어요.]

[이준서 / 한빛 사물놀이 단원 : (사물놀이를) 한국에서는 본 기억이 없어요. 텔레비전으로는 봤는데 실제로는 못 봤어요. (사물놀이패에) 처음 들어올 때 처음 본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소년부터 20대 중반 직장인까지, 나이와 직업도 다르고,

한인 가정뿐 아니라 다문화 가정에서 나고 자란 단원까지, 성장 배경도 다양한데요.

이들을 하나로 모은 건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동포끼리 한국 문화를 공유하려는 마음.

특히, 평소 한국어와 우리 문화를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캐나다 다문화 가정 출신 단원에겐 사물놀이패 활동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성한 / 한빛 사물놀이 단원 : 한국 문화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캐나다에서 쉬운 일은 아니에요. 사물놀이 단원들과 같이 있으면서 한국의 문화, 전통, 언어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전문 악단 못지않은 열정을 안고, 이번 공연을 위해 거주지인 에드먼턴에서 캘거리까지 세 시간 넘게 직접 운전해 왔습니다.

에드먼턴의 한인 1~2세들이 친인척과 또래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시작한 사물놀이패는 어느덧 20년 가까이 역사를 쌓았습니다.

한국 가락을 지키고 알리려는 열정과 사명감은 시간이 흘러도 젊은 후대 단원들에게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밴쿠버나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 비해 규모가 작고 한인 수도 적은 곳에서 연주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전문 지도자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소질 있는 일부 단원들을 중심으로 이끌어 온 거죠.

이처럼 팍팍한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고민을 이어가던 단원들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습니다.

"흥 같은 거 호흡 같은 거 잘 보고 특히 꽹과리 크게 하고 북들은 추임새 같은 거 넣고 주고받는 거 잘 보고…."

단원들이 2000년 전후에 태어난 세대로 온라인 활용에 익숙하다는 점에 착안해, 사물놀이 영상을 보고 익히며 실력을 키워가는 겁니다.

[이요한 / 한빛 사물놀이 단장 : 동영상에서 많이 배울 점도 있고 하니까 영감 받고 열정 받고 그런 식으로 이렇게 동영상을 자주 봐요.]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남은 숙제는 빠듯한 재정 상황.

단원들은 악기와 의상을 갖추기 위해 사비를 모으고, 부족한 자금은 한인 단체에서 십시일반 도움받으며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난관을 스스로 헤쳐나가며 모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려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동포들은 더없이 뿌듯하고 대견할 뿐입니다.

[전아나 / 캐나다 한인방송 국장 :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큰 공연이나 작은 공연을 막론하고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게 지역에서 큰 자랑거리고요.]

[이재식 / 이요한 아버지 : 지금 젊은 애들은 거의 K-팝밖에 모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태어난 애들이 이렇게 한국 전통 음악을 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든든한 후원도 없이 공연 수익이나 출연료도 바라지 않고 그저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보람으로 공연하며 힘든 줄 모르겠다는 단원들.

한국과 캐나다의 한인 사회가 자신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응원해주길 바라며, 앞으로도 무대의 크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국 문화 민간 홍보 대사 역할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가연 / 한빛 사물놀이 부단장 : 캐나다에 한국 유산을 알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한테는. 먼 곳에서 불러주셔도 바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요한 / 한빛 사물놀이 단장 : 만약에 한국 가서 연습도 하고 배우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게 목표인 것 같고요. 다른 2세들한테도 한국 문화가 뭔지를 가르쳐 주고, 캐나다 사회에도 '한국 문화는 이렇다, 되게 멋있는 문화다.' 이렇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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