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손녀까지 3대가 어우러진 공연…재독 한국전통무용가의 꿈과 도전
색색이 고운 치마를 입고 치마끈 묶는 것도 서로 도와줍니다.
하나씩 장구를 어깨에 멘 소녀들이 가락에 맞춰 춤 동작을 함께합니다.
올해로 창단 9년째를 맞은 베를린 '아동·청소년 한국 전통 무용 단체' <화동> 단원들의 연습 현장입니다.
[박고운 / 11세·독일 베를린 : 부채로 넓은 동작 하면 나비처럼 보여서 예쁜 것 같아요. 2018년도에 독일에 와서 환경이 낯설고 그러다 보니까 한국무용을 통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한 것 같아요.]
그동안 베를린에선 주로 파독 간호사 출신 한인 1세대가 한국 전통 무용단을 꾸려 활동해 왔는데요.
이곳 '화동'은 아동과 청소년들로 이뤄져 주목받았습니다.
[최윤희 / 한국 전통 무용가 : 사실은 (한국 아이들) 자기네들이 그냥 있을 때는 그냥 여기 독일에 사는 외국인인데 한국문화를 하고 있을 때 그들은 아이들에게 박수를 치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그 박수를 받으면서 자기들이 굉장히 자부심이 생겨. 그래서 그 자부심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더 잘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김수희 / 한인 2세대, 수강생 : 제가 춤을 추는 이유는 제 뿌리를 찾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문화가 가장 잘 표현되는 춤이라는 것을 추며 다시 (제 뿌리에 대해) 느끼죠. 왜냐하면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4살 때 독일에 와서 많은 기억이 없어요.]
'화동'을 만든 최윤희 씨는 한국에서 전통 무용을 전공하고 제자를 키우다가 남편의 일 때문에 독일에 왔습니다.
낯선 독일에서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던 윤희 씨를 다시 춤으로 이끈 건 바로 아이들이었습니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고 한국인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건데요.
[최윤희 / 한국 전통 무용가 : 내가 여기에서 내 자식을 키울 때 아이들이 외국인으로 안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난 그 (주변 한인) 아이들이 다 내 아이들 같았거든요. 그래서 서로 좀 격려하고 서로 좀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미래 세대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은 금세 한인 사회에 입소문이 났습니다.
주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는 윤희 씨를 초빙해 전통춤 강좌를 신설했고,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 파독 간호사의 가야무용단도 윤희 씨에게 춤 강습을 요청하게 됐습니다.
[신경수 / 파독 간호사 출신-가야무용단 단장 : 무용 전공하셨다고 해서 저희가 선생님으로 모셨죠. 왜냐하면, 이 독일에는 지금은 몰라도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귀했어요. 그래서 유학생들, 무용했다고 하면 그분들 불러서 춤 배우고 그랬거든요. 최윤희 선생님이 있어서 기뻐요.]
파독 간호사 등 1세대 한인들은 먹고 살기도 바빴던 시절에도 자녀들이 우리말과 한국문화를 간직하도록 힘겹게 노력했던 기억이 있기에, 윤희 씨의 전통춤 교실이 더욱 반갑기만 합니다.
이들에게 한국무용은 모국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김 도미니카 / 파독 간호사 출신 : 춤은 제 고국이에요. 고향. 춤을 추는 순간은 움직임이 한국 움직임이고 한국 가락이고 한국 가사고. 춤을 추는 순간 1분이든 한 시간이든 하루든 저는 한국에 가 있는 거예요.]
[김연순 / 파독 간호사 출신 : 또 우리만이 갖고 있는 애환이 있죠. 그 안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고통스러운 것도 있는데 그 모든 게 더불어서 (한국무용은) 우리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인 것 같아요.]
[김금선 / 파독 간호사 가야무용단 : 우리 2세들이 한국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가서 우리 고전무용을 가르쳐주고 북 가르쳐주고 부채춤 가르쳐주고….]
이처럼 오랜 세월 스스로 한국무용 단체를 유지하고 자녀에게도 한국무용을 가르치며 한민족 정체성을 대물림해온 파독 간호사들.
[최윤희 / 한국 전통 무용가 : 1세대 선생님들의 가장 큰 그게 본인이 왔을 때 자녀들을 한국어를 못 시킨 거예요. 그리고 손주가 태어났잖아. 그러니까 그다음 세대에게는 한국을 되게 많이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되게 크신 거예요. 지금도 1세대 선생님들이 다 손잡고 오세요, 손녀를. 손잡고 오셔서 한국무용 시키고 싶어 하고 그러시거든요.]
윤희 씨는 한인 1세대부터 자라나는 3세대까지, 바로 자신이 가르친 한국 전통무용을 통해 함께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소망을 실제로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다양한 지역 축제에서 파독 간호사 무용단과 아동·청소년 단원들이 무대에 함께 오르는 합동공연을 통해 세대의 벽을 넘어 한국 춤을 알리고 있습니다.
[최윤희 / 한국 전통 무용 : 제가 우리 아이들을 처음 한국무용으로 한국을 알게 하려 했던 것처럼 그러다 보니까 1세대 선생님들이 고국을 생각할 때 또 자기 손녀가, 자기 딸이 한국문화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행복해하세요. 1세대 선생님들 행사에 어린이들이 참여한다고 하면 엄마, 아빠가 함께 가죠. 그러면 세대가 어우러져요. 그 행사에.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서 1세대 선생님들이 항상 "애쓴다. 최 선생 애쓴다. 최 선생 있어서 좋다" 이런 말씀 많이 해주시죠.]
그저 여러모로 운이 좋아 독일에서 한국 전통춤을 가르칠 수 있었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윤희 씨, 앞으로의 꿈도 소박하기만 합니다.
[최윤희 / 한국 전통 무용가 : 딸이 자기 딸을 낳으면 시키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그럼 그때 저랑 우리 딸이랑 손녀랑 함께하는 무대를 한 번 베를린에서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때까지 제가 열심히 건강이 허락하고 춤을 가르칠 수 있다면 되게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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