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전 선박 의약품 기준 탓…챙겨주고도 범법자 된 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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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전 권고 사항을 참조해 만든 선박 내 의약품 비치 기준 탓에 부산지역 약사들이 처벌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낡은 기준에 맞춰 의약품을 납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식재판 청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원양어선 등의 선박에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의약품 비치 기준에 없는 약을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문제는 의약품 기준이 오래된 국제 권고 사항을 참조해 만들어져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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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명 모두 벌금형 불복·정식재판 청구 예정
49년 전 권고 사항을 참조해 만든 선박 내 의약품 비치 기준 탓에 부산지역 약사들이 처벌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낡은 기준에 맞춰 의약품을 납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식재판 청구할 계획이다.
부산지검은 최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약사 4명을 약식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원양어선 등의 선박에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의약품 비치 기준에 없는 약을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해 7월 이들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지난 3월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약사 3명에 벌금 100만 원, 1명에 50만 원을 구형했다.
문제는 의약품 기준이 오래된 국제 권고 사항을 참조해 만들어져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해수부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한 ‘선내 의약품 등의 비치 기준’을 보면 별도로 고시한 의약품 외에는 선박 내에 들일 수 없다. 이는 2009년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만든 기준을 바탕으로 했으며, 이 기준은 1974년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사항을 일부 참조해 작성됐다.
업계에 따르면 고시된 의약품 중에는 현재 생산이 중단됐거나 더 효율적인 의약품이 나온 경우가 포함돼 있다. 항생제인 ▷신도마이세친 ▷헤로세친 ▷가나신 ▷곰실린 등 상당수가 생산이 중단됐고, 주사약 중 지혈제인 ‘검빅스주’ 역시 생산이 안 된다.
약사들은 낡은 기준 때문에 졸지에 범법자가 됐다고 호소한다. 약식 기소된 약사 A(75) 씨는 “선박 회사는 더 우수한 약을 원하는데 현행 기준에 따르면 생산중단이거나 품절된 제품이 많다”며 “매번 공급을 못하다 같은 효능의 대체 약품을 구해 넘겼다가 입건됐다”고 밝혔다. 이어 “망망대해에서 응급 상황 시 필요한 약이 없어 선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기소된 이들은 모두 벌금형에 불복하고 정식재판 청구할 예정이다.
해경은 법령에 근거해 사건을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법에 근거해 수사했다. 다만 법 취지를 고려할 때 조속히 의약품 기준의 최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성대 손형섭(법학과) 교수는 “이 고시에는 제약 및 선박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행정규칙도 제정 시에 전문가와 관계인의 충분한 자문을 거쳐 만들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의약품 목록을 최신화하고 필요시 유사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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