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지상낙원이 폐허로… “나무 뿌리들 땅속서 불타는 중” [뉴스 투데이]
美 100년來 ‘최악 산불참사’
엘니뇨·가뭄 탓… 여의도 3배 불타
수색 시작… 재건 비용 7조원 추산
85% 진화에도 잔불 재확산 우려
주 정부 초기 대응 실패 논란
사이렌도 안 울려… 檢 “조사 착수”
한국인 인명피해 없어… “대피 지원”
바다 위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옛 하와이왕국 수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 만에 제도(諸島)는 물론 미국 최악의 자연재해 참사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큰 피해를 남기고 있다.
바다는 푸르른데… 잿빛 변한 휴양지 옛 하와이왕국의 수도이자 유명 휴양지인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라하이나가 11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쓸고 간 뒤 잿더미로 변해 황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일 시작된 산불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건조해진 토양, 수백㎞ 떨어진 곳에 있던 허리케인 도라가 일으킨 강풍 탓에 빠르게 번지면서 사망자만 93명에 달하는 최악 참사를 낳았다. 라하이나=EPA연합뉴스 |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날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 작업이 계속 중”이라며 “사망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시신을 찾는 수색견들은 아직 수색 예정 면적의 3%밖에 돌지 못한 상황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마우이 카운티 경찰서장이 밝힌 실종자 수(10일 기준)는 1000명에 육박했다. 아직 섬 전체 통신망 중 30% 정도가 먹통인 상황이라 실종자가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있지만, 불에 탄 가옥이나 건물 등에 대한 수색이 본격화하면 인명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산불에 따른 재건비용은 55억2000만달러(약 7조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FEMA는 계산했다. 그린 주지사가 12일 밝힌 피해 규모도 60억달러(약 7조9920억원)에 이르렀다.
산불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11일 기준으로 라하이나 지역의 불길은 85%가량이 진압된 상황이지만, 땅속 곳곳에 남은 잔불이 언제든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우이섬의 화재 상황을 촬영 중인 사진작가 대니얼 설리번은 12일 CNN에 “나무뿌리들이 여전히 땅속에서 불타고 있다”며 “현재 토양 온도가 82∼93도로 올라 있기 때문에 언제든 불이 튀어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 어김없이 기후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하와이 역시 엘니뇨(적도 부근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 등의 영향에 따른 가뭄이 최근 몇 주간 이어지면서 토양이 매우 건조해졌고, 쉽게 불이 붙고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의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마우이섬의 83%가 ‘비정상적으로 건조한’(D0), ‘보통 가뭄’(D1), ‘심각한 가뭄’(D3) 단계였다.
현지 전력회사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하와이 전력 수요의 95%를 공급하는 하와이 일렉트릭이 허리케인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전력 차단을 하지 않아 불길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한국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영사를 파견해 여행객 등의 대피를 지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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