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라더니… 고지위반 보험금 지급 거부 2만건

신하연 2023. 8. 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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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심장질환 관련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A(52)씨.

그는 가입당시 보험사 직원이 내민 건강 관련 질문표를 받고 잠시 고민을 했다.

그는 "감독당국과 보험사는 청약서 질문표에 대해 행동과학에 기반한 접근방식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성실고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향후 고지의무의 수동화가 입법화될 경우 보험사의 인수심사는 온전히 질문표 응답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질문표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탐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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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제공

3년 전 심장질환 관련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A(52)씨. 그는 가입당시 보험사 직원이 내민 건강 관련 질문표를 받고 잠시 고민을 했다. 문제는 '최근 2년간 담배나 전자담배를 피운 적인 있는가'였다. 당시 A씨는 1년 10개월 전부터 담배를 끊은 상황이었다. 스스로 '나는 이제 비흡연자'라고 선언도 했다. 하지만 거짓 답변을 적으면 보험금을 못받을 수 있다는 보험사 직원의 말에 '예'라고 적었다. A씨는 "건강검진 문진표를 보면 흡연에 대해 기간, 흡연 정도 등 여러 세부 질문이 자세히 나와있다"면서 "(보험사 질문서가)너무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2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 계약자들이 고지의무사항에 대해 정직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관련 질문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13일 '고지의무사항 질문표 개선 필요성과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생명보험 4521건, 장기손해보험 1만3579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고지의무위반 분쟁조정 건수는 1258건이다.

고지의무란 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시 인수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보험사에 사실대로 고지하는 의무를 말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자는 청약서의 질문표에 정직하게 응답함으로써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해지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청약서의 질문표는 보험사의 위험측정·인수심사를 위한 제도인데, 계약자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을 열거해 주는 역할도 한다.

연구원은 하지만 현행 표준 질문표는 병력, 음주, 흡연 등 응답자에게 불리한 행동 여부를 일차원적으로 묻고 있어 응답편향이 강하고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의료이용, 병력, 약물복용, 흡연, 음주 등 질문표 대부분의 민감질문이 '예·아니오'의 답변을 요구하는 이지선다형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이에 고지의무사항 질문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응답자가 문제의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직접 묻기보다는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전제한 다지선다형 질문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최근 2년 동안 담배를 피운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보다는 '언제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우셨습니까'라는 질문을 쓰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스스로 흡연자 또는 음주자로 규정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아울러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경우 질문을 세분화하면 정확한 응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화 조사에 비해선 인터넷 조사가 응답자의 성실고지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나 보험사는 지난 20년 동안 성실고지를 유도하기 위한 표준 질문표를 수정하거나 보완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 "2000년도와 2020년도에 질문표 항목을 추가했지만, 이는 보험사의 보다 정확한 위험평가와 인수심사를 위한 것으로 성실고지를 유도하기 위한 설문기법상의 보완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독당국과 보험사는 청약서 질문표에 대해 행동과학에 기반한 접근방식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성실고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향후 고지의무의 수동화가 입법화될 경우 보험사의 인수심사는 온전히 질문표 응답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질문표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탐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신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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