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일 정상회담, 오염수 우려 표명할 마지막 기회다
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이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 인근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3자 정상회담을 갖는다. 별도 자리에서 처음 이뤄지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 중국을 염두에 둔 3국 안보 협력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도 의제에 끼워넣으려고 한다. 8월 말 이전에 방류를 시작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이번 회담을 국제적 승인을 또 한번 받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이다. 한·미·일 정상이 만나 인류의 공동자산인 해양의 오염을 막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바다를 방사성 물질로 오염시키는 데 뜻을 모은다면 두고두고 부적절한 회담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뢰해 작성된 최종보고서를 근거로 오염수 방류가 환경과 인체 건강에 “무시해도 좋을” 영향만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하며 국내외에서 오염수 방류 지지를 얻으려 하고 있다. 12년 전 후쿠시마 핵 사고의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가 그 사고에서 비롯된 엄청난 양의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지지를 요청하는 것은 몰염치한 태도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 4월 G7 환경장관회의 때 오염수 방류 지지를 공동성명에 담으려다가 독일의 거부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IAEA 보고서는,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스트론튬-90, 삼중수소 등 방사성 핵종이 생물 축적을 거쳐 인체 내에 들어와 내부 피폭이 이뤄질 경우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십년 동안 이어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가진 위험성, 안전성 모두 어느 정도일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합리적인 결론은 해양 방류를 보류하고 더 안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대안이 없지도 않다. 하지만 일본은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해양 방류를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원자력계가 더 많은 삼중수소가 발생할 내년 롯카쇼무라 재처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일을 진행하려는 조급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과 12년 전 일인 후쿠시마 핵 사고의 교훈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지지 여론 조성에 들러리를 서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많은 한국 시민들이 갖고 있는 정당한 우려를 전달하고, 방류 보류를 요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대체로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표명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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