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왕의 DNA’ 갑질 교육부 사무관, 이런 공무원 또 없겠나
교육부 공무원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한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공무원은 후임 교사에게도 자녀의 특별대우를 요구했다고 한다. 교육부 직원이 공직윤리를 망각한 채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갑질을 반복해온 것이다. 교육 주무부처이자 교사의 상급기관인 교육부의 공무원이라면 교사들 처지를 헤아려야 하는 게 마땅한데도 거꾸로 ‘내 자식 챙기기’에 눈이 어두웠던 것이다. 교육부와 유관당국에 이런 ‘갑질 학부모’가 또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전국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교육부 사무관(당시 6급 공무원) A씨는 지난해 10월 세종시 한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가 도서관 이동수업을 거부해 교실에 남게 되자 “담임교사가 방임했다”며 신고했다. 또 자녀 관련자료를 담임교사가 학부모 열람용 앱에 실수로 올렸다가 지운 일을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몰았다. A씨는 담임교사를 직위해제하지 않으면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교장과 세종시교육청을 압박했다고 한다. 담임교사는 A씨 신고 한 달 뒤 직위해제됐다. A씨는 새 담임교사에게 자녀교육에 필요한 9개 요구사항을 담은 편지에서 ‘내 아이는 왕의 DNA를 가졌다’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편들어 달라’라고 했다. 이런 내용을 교육부 로고가 버젓이 표기된 공직자 통합메일로 보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지난 11일 직위해제된 A씨는 13일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월 서면사과와 재발방지 처분을 내린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조치를 이날까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교육부 역시 A씨의 갑질에 대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두 차례 제보받았음에도 구두경고에 그쳤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교육부가 징계 없이 사태를 봉합한 것이어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직위해제됐던 교사가 지난 5월 아동학대 혐의 무혐의 처분을 받아 명예를 회복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모닝콜을 거절했다’는 이유로도 아동학대 혐의로 몰릴 정도라고 한다. 전국교사노조연맹의 지난 4월 설문조사에서 ‘정상적 교육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무고성 아동학대신고 처벌’(38.2%)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교권침해를 막는 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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