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반도체 치우친 `ICT 수출`… "SW로 다변화해야 산다"

팽동현 2023. 8. 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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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ICT 수출 30.6% 감소
경기불황·반도체 부진 등 원인
국내 SW시장 10.3% 성장 대조
"정부가 해외진출 지원나서야"
지난 6월 박윤규(왼쪽)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쩐반뚱 베트남 과학기술부 차관과 만나 양국 디지털 기업 간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지난 6월 베트남에서 열린 한-베 디지털 기술 협력 포럼에서 디지털 분야 MoU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박윤규(앞줄 왼쪽 다섯 번째) 과기정통부 제2차관을 비롯한 디지털 수출개척단 참가자들이 지난 6월 열린 성과 공유 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정된 내수 시장에 따른 부득이한 선택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로 수출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우리 경제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특히 주력 상품인 반도체의 업황 부진이 뼈아프다. 산업 특성상 일정주기(사이클)로 호황·불황이 반복되는 메모리반도체로 치우친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수출 다변화가 당면 과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 ICT(정보통신기술)분야에서는 SW(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등 디지털 분야가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DX(디지털전환)가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국내외 관련 시장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떠오르는 생성형 AI(인공지능) 또한 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전문가들은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SaaS(서비스형SW) 전환 등 업계 노력도 병행될 필요성을 강조한다.

◇줄어드는 ICT 수출…새 엔진 필요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은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상반기 ICT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에 비해 30.6% 감소한 849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월별 변동성은 있겠지만 경기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지만, 관세청 통관기준 8월 1~10일 수출액(잠정치)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 폭 둔화 등 반등 조짐이 일부 보였으나 여전히 부진의 늪에 머문 상태다.

흔들리는 글로벌 경기와 달리 SW분야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SW시장은 IT서비스와 패키지SW의 동반 성장이 이어지면서 전년대비 10.6% 증가한 2조3326억달러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SW시장 또한 전년대비 10.3% 성장한 294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DX 가속화와 더불어 챗GPT 흥행에 따른 생성형AI 등 신기술 수요 및 보안위협 대응·관리 필요성이 확대되는 게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에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비스산업발전전담팀(TF)에서 '디지털 분야 해외진출 및 수출 활성화 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반도체 분야 부진에 따른 수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된 디지털 역량을 동원, DX 가속화와 생성형AI 확산 등 급변하는 기회요인을 활용한다. SaaS와 AI 등 SW·IT서비스, AI반도체와 5G 네트워크 등 ICT장비·부품, 디지털플랫폼정부 성과를 아울러 성장 가능성 중심으로 수출 유망 품목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SW수출, 아직은 걸음마 단계

하지만 SW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엔진이 되려면 앞으로 갈 길이 아직은 멀어 바빠 보인다. 일단 국내 ICT산업 자체가 규모 측면에서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주로 B2C사업을 영위하는 플랫폼사의 비중이 크다. 주로 기업(B2B)·정부(B2G)를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는 SW업계로 한정하면 비교적 기업 규모가 영세한 편이다. 또 대기업 계열사들이 포진한 IT서비스업계의 경우 규모 측면에선 낫지만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에 허덕이기 일쑤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특수를 누렸던 비대면·협업 SW 수요가 엔데믹을 맞아 감소한 것도 최근 이 분야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 SPRi(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와 KOSIS(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던 패키지SW 수출은 점차 감소해 지난해에는 10억6000만 달러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IT서비스의 경우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해외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패키지SW와 IT서비스 모두 지난해 기준으로 0.1%수준이다.

지난해 해외에 진출해 활동하는 기업의 비중도 전체 기업 가운데 패키지SW 분야는 2.9%, IT서비스 분야는 1.8%에 그쳤다. 해외 진출한 가운데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비중은 패키지SW분야가 74.5%, IT서비스분야가 84.7%로 조사됐다. 아직까진 내수시장과 공공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SW산업 생태계의 일면이다. 이를 거꾸로 뒤집어보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말이다.

◇동남아·중동에 K-SW 씨앗을

최근 정부는 SW를 비롯해 디지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주요 공략 대상으로 동남아와 중동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6월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전문기관, 100여개 디지털 기업들이 하나의 '디지털 수출 개척단'을 이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해 수출 활로 개척 활동을 펼쳤다. 2억7296만달러 규모의 수출상담(821건), 276만달러 상당 수출계약(5건), 33건의 업무혁약(MOU) 체결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반기에는 중동지역에도 추가로 개척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박은경 KOSA(한국SW산업협회) 글로벌지원실장은 "동남아지역은 디지털 경제 성장속도가 빠른 지역이라 현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DX 요구를 받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 시장이 크고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며 "다만 디지털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고, 데이터 현지화와 국가 간 데이터 이동 관련 규제 이슈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지역은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해 IT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어 새로운 기회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적극적인 IT 및 디지털 정보화 정책 추진, 투자기업에 대한 혜택 등으로 국내 IT업체들의 진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IT전문인력 및 현지업체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 석유가격 안정화 시 IT투자 지속 여부 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KOSA는 올 하반기에 △베스핀글로벌의 중동 인프라·네트워크를 활용해 중동국가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SW중소기업의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2023 중동 디지털 이노베이션 데이' △중동 글로벌 기업 사우디아람코와 연계해 국내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중동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2023 사우디아람코 연계 오픈이노베이션' △AWS(아마존웹서비스)와 메가존클라우드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SaaS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2023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기업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등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젠 SaaS 수출로 증명해야 할 때

앞으로 SW산업이 성장하려면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에서도 성과를 올려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기반 SaaS 전환이 수출을 위해서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패키지 유통이나 온프레미스 구축 방식은 진출 지역별로 판매·지원 체계를 갖춰야 하고 현지화 요구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SaaS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 개발·지원 대상 SW를 단일화해 운영상 부담을 줄이면서 시장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SaaS 등 클라우드를 통해 수출한 패키지SW 업체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아직 10.1%에 불과하다. 박 실장은 "세계적으로 SaaS 비즈니스가 대세가 되고 있어, 국내 SW기업들의 기존 솔루션이 SaaS로 구축되는 게 시급하다. 다만 SaaS 전환 관련 투자비용, 전문인력, 정보 등 부족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진 않은 상황"이라며 "SaaS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해외 마케팅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또 데이터 현지화 및 국가 간 데이터 이동 관련 규제 이슈는 기업 자체적 해결이 어렵기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은 SW수출도 마찬가지다. 공정훈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전문위원은 "한국기업은 고객 요구사항을 되도록 모두 맞춰주려는 친절함이 배어 있다 이런 고객 중심 서비스 체계와 달리 타국은 아직도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서비스하며 고객이 따라오도록 유도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며 "서비스 경쟁력 측면에서는 장점일 수도 있지만, 차라리 가격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있기도 하다. 제품·서비스를 단순화해 빠르고 안정적인 공급에 집중하는 것도 우리 기업들이 고려할만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SW는 모든 산업의 바탕에 기본적으로 흐르는 혈액과 같은 존재"라며 "국내 우수 HW와 SW가 통합된 제품과 서비스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양한 협업과 동반진출 모델 발굴을 위해 업계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나 산하기관의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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