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선포권’ 준다더니… 8년째 제자리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이정민 기자 2023. 8. 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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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광역지자체 이양 공식화했지만 ‘절차 이원화’ 우려
재난안전법 개정안 1년째 국회 표류 중
지난해 8월 산사태로 고립된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경기일보DB

 

정부가 신속한 재난 대응을 위해 지역 특성을 잘 아는 경기도와 인천시 등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재난사태 선포권’을 넘겨주려고 하지만, 절차의 이원화 우려 등을 이유로 8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13일 행정안전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에 명시된 ‘재난사태 선포권’은 재난경보 발령, 인력 장비 및 물자 동원, 대피명령, 공무원 비상소집, 이동자제 권고 등의 권한을 의미한다. 이 권한을 보유한 행안부 장관은 원칙적으로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받고 이를 공표할 수 있게 규정됐다. 지난 2004년 재난안전법이 제정된 이후 ▲2005년 양양 산불(강원도 양양군 등)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사고(충남 태안군 등) ▲2019년 동해안 산불(강원도 고성군 등) ▲지난해 경북·강원 산불 등 총 4차례 재난사태가 선포됐다.

행안부는 2015년 업무계획에 재난사태 선포권의 지자체 이양을 명시한 데 이어 지난해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올해 4월 이를 공식화했다.

이 같은 권한이 시·도지사로 넘어올 경우 효율적인 재난 대응이 가능하다. 일례로 한 시·군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현재는 ‘협조’ 차원에서 인근 시·군의 공무원 및 물자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시·도지사가 이러한 권한을 쥘 경우 협조 차원을 넘어서는 만큼 지시에 따른 신속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지방분권 차원에서 시·도지사가 재난 수습에 책임을 진다는 상징성을 띄고 있다.

전국 최대 인구에다 도시와 농촌, 해양 등을 갖춘 경기도는 신속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재난 대응을 이유로 재난사태 선포권 이양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생활안전지수 5등급이라는 전국 최하위 등급을 받은 인천시 역시 원도심 저층 주거지와 노후산업단지, 항만 등 재난 연쇄 발생의 위험을 내포한 만큼 권한 확대를 원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박성민 국회의원(울산 중구)에 의해 대표 발의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통해 이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1년째 국회에 계류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더욱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 개정안은 시·도지사가 시·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절차가 이원화됐다’는 식의 검토보고서를 냈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부분 지자체에서 ‘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구상 초기보다 지방분권 여론 확산 등 여건이 변화하면서 이양을 추진하게 됐다”면서도 “국회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mpuhaha@kyeonggi.com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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