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윤리 논란’ 촉발한 히말라야 짐꾼의 비극적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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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서양인이었다면 그렇게 방치했겠느냐."
전문 산악인의 히말라야 등반을 돕는 파키스탄인 짐꾼(포터)의 비극적 죽음이 산악 윤리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K2 등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뒤늦게 폭로되며 하릴라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오스트리아 출신 등반가 빌헬름 슈타인틀이 최근 공개한 동영상에는 눈 덮인 절벽 등반로에서 조난을 당해 밧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한 남성을 그냥 지나치며 계속 산을 올라가는 등반가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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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된 파키스탄인 외면하고 등반 강행” 폭로
‘2류인간 취급’ 비판, 하릴라 “구조 불가능했다”
“그가 서양인이었다면 그렇게 방치했겠느냐.”
전문 산악인의 히말라야 등반을 돕는 파키스탄인 짐꾼(포터)의 비극적 죽음이 산악 윤리 논란에 불을 붙였다. 기록 욕심에 눈이 멀어 인명을 경시한 것도 모자라, 서구 인종주의의 민낯까지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세계적 아웃도어 업체 ‘오스프리’의 후원을 받은 노르웨이 출신 유명 등반가 크리스틴 하릴라의 팀은 지난달 27일 높이 8,000m 이상인 세계 최고봉 14개를 최단 시간인 ‘92일’ 만에 등정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당일 히말라야 K2 정상에 마지막으로 오르면서 수립된 기록이다.
그러나 K2 등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뒤늦게 폭로되며 하릴라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오스트리아 출신 등반가 빌헬름 슈타인틀이 최근 공개한 동영상에는 눈 덮인 절벽 등반로에서 조난을 당해 밧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한 남성을 그냥 지나치며 계속 산을 올라가는 등반가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들 중에는 하릴라 일행도 있었고, 구조되지 못한 남자는 끝내 숨졌다.
사건 당일 자신도 K2에 올랐다고 주장한 슈타인틀은 8일 자국 매체 ‘더스탠더드’ 인터뷰에서 하릴라 일행이 남자를 구할 수 있었는데도 외면한 채 등반을 강행했다고 규탄했다. 당시 K2에 오르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뒤 드론(무인기)이 찍은 현장 영상을 보고 이를 확인했다는 슈타인틀은 “(남자가) ‘2류 인간’ 취급을 당했다”며 “만약 그가 서양인이었다면 즉시 구조됐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신기록 달성을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이 방치됐다”고도 했다. 드론 촬영 기사는 “현장에 셰르파(산악 등반 안내인)들과 뭔가 조처를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었으나, 조직적 구조 작업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망한 남자는 모하마드 하산이라는 이름의 파키스탄인으로, 히말라야 원정대의 짐을 운반하는 짐꾼이었다. 하릴라의 일행은 아니었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세 아이와 당뇨병을 앓는 어머니의 부양자인 그는 자녀 교육비와 모친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고 슈타인틀은 전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하릴라는 해명에 나섰다. 11일 미 CNN방송에 “그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또 하산을 데리고 로프에 밀착해야 하는 가파른 얼음 비탈을 내려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는 게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공개된 하릴라의 고백이었다고 WP는 전했다.
하릴라는 억울한 심경도 토로했다.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당 사건으로 살해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정작 조사가 겨냥해야 할 대상은 적절한 장비 없이 하산을 산으로 올려 보낸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한 파키스탄 산악인은 12일 AP통신에 하산의 죽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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