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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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권역 5개 지방정부 '짱'들의 구혼전이 다시 벌어졌다.
케이블카를 너무나 추앙하는 짱들은 자기 동네 지리산과 궁합이 딱 맞다고, 기어이 차지하겠다고 어제의 동맹을 깨고 새치기에 반격, 꼼수를 서슴지 않는다.
정해진 수순처럼 지리산 케이블카를 들고 지역경제 살리기를 외친다.
공중에다 땅에다 '직선 길'을 만들어 기어이 지리산을 팔아먹겠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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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고]
[서울 말고] 권영란 | 진주 ‘지역쓰담’ 대표
지리산 권역 5개 지방정부 ‘짱’들의 구혼전이 다시 벌어졌다. 케이블카를 너무나 추앙하는 짱들은 자기 동네 지리산과 궁합이 딱 맞다고, 기어이 차지하겠다고 어제의 동맹을 깨고 새치기에 반격, 꼼수를 서슴지 않는다. 수난은 오롯이 지리산의 몫이다.
‘1967년 12월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경남·전남·전북 3개도에 걸친 1개시 4개군 15개 읍·면의 행정구역이 속해 있으며, 그 면적이 483.022㎢로서 22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민족적 숭앙을 받아 온 민족 신앙의 영지였다. (…)’
지리산국립공원 누리집 머리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23곳이다. 국토 면적의 약 7%를 차지한다. 1호 국립공원 지리산은 제1봉 천왕봉을 중심으로 능선을 타고 반야봉, 노고단 등 봉우리들과 깃대종(생태계 대표 동·식물)인 반달곰 히어리와 1900여 종의 식물, 30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국립공원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지리산은 거대한 탄소 저장고이자 생물다양성 보전지역이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은 지리산에 기대어 살면서 ‘생명의 산’ ‘어머니의 산’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지리산 덕에 살아온 사람들이, 지리산을 팔아 한몫 잡겠단다. 권역 5개 시·군인 산청, 함양, 구례, 남원, 하동이 벌써 수차례에 걸쳐 케이블카에 산악열차, 모노레일까지 설치하겠다며 중앙정부에 계획안을 내고 언론에 공표했다. 짱이 앞장서고 이권이 걸린 주민과 관변단체가 홍위병을 자청하고 기자회견에 여론전을 펼친다. 쏟아내는 말이나 방식은 어느 지역이나 똑같다. 관광 인구 팍팍 늘고 마른 장작 불붙듯 경제가 살아나 두고두고 잘 산다고, 지리산 개발이 화수분이라도 되는 양 설레발이다.
희한하게도, 짱이 바꿔도 똑같다. 정해진 수순처럼 지리산 케이블카를 들고 지역경제 살리기를 외친다. 공중에다 땅에다 ‘직선 길’을 만들어 기어이 지리산을 팔아먹겠다 한다. 이번 사태는 산청군이 잽싸게 재신청안을 내고 아뿔싸 하며 함양군이 나선 것. 30년 넘게 겨누고 있는 구례군도 다시 움직인다. 뺏길세라 남원시는 산악열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2017년 중단된 지리산케이블카에 불을 지핀 건 지난 4월 ‘지리산 케이블카는 주민숙원사업’ 운운한 박완수 경남지사이다.
환경부는 뭐하냐고? 짱들 난투에 끼여 원칙 없이 허우적대며 권한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중앙정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한쪽으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개발권을 내줬다. 이제는 지리산국립공원 숲을 없애고 철탑을 세워 365일 케이블카 소리로 뒤덮을 건가. 묻고 싶다, 대체 국립공원은 어떤 의미와 가치인지.
다행히도, 지혜로운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는다. 즉각 ‘지리산 지키기’에 나섰다. 각 지역에 반대대책위를 만들고 5개 시·군 주민연석회의를 여는 등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에 들어갔다. 피케팅을 하고 지역순회 강연을 다니며 케이블카 설치의 실상을 적극 알리고 있다. 지리산 개발로 인한 훼손과 파괴는 4년제 임시직 짱이 책임질 수 없다며 지방정부를 향해 ‘가만히 있어라’고 말한다. 중앙정부를 향해 ‘지리산을 그대로 두라’고 말한다. 외로운 투쟁이다.
이오덕 선생은 책 ‘나무처럼 산처럼’에서 산을 끊고 자르고 뚫고 깔아뭉개는 짓은 자연의 한 부분이 자연에 반역하여 스스로 무덤을 파고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라 했다. 1호 국립공원 지리산.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할 으뜸 자연임을 말한다. 소유로서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윤리적 공존을 위해 국민 모두가 ‘지리산 지키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 지리산은 전혀, 안녕하지 못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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