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 우연이 겹친 신호진의 KOVO컵 MVP 수상, 전체 1순위 자격 입증했다
큰 기대 속에 V리그에 입성했지만, 신호진의 작은 신장이 발목을 잡았다. 대학배구에선 단신의 약점을 다른 장점으로 덮기에 충분했지만, 외국인 선수들과 장신 블로커들이 득시글한 프로 무대에선 단점이 더 부각됐다. 27경기에 출전해 126득점에 그쳤던 이유다.
절치부심한 신호진은 2022~2023시즌을 마치고 기량을 갈고 닦았고, 2023 KOVO컵에서 자신이 왜 전체 1순위로 뽑힐 만한 재능이었는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이 지난 6월 부임해 신호진에게 자신감을 한껏 불어넣어준 것도 신호진의 맹활약에 한몫했다.
OK금융그룹은 13일 경북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보드람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에서 혼자 34점을 몰아친 신호진의 맹활약을 앞세워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1(25-23 22-25 25-23 25-20)으로 이겼다. 2013년 창단 후 2015년과 2019년, 2021년 KOVO컵 결승에 올라 내리 준우승에 그쳤던 OK금융그룹은 이날 승리로 창단 첫 KOVO컵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신호진의 MVP 수상은 여러 우연이 겹쳤다. 지난달 29일부터 열린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했지만, 예선 탈락하면서 조기 귀국했다. 게다가 주전으로 뛰던 전병선이 조별예선에서 다쳐서 신호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중국에서 귀국하자마자 뛰느라 대회 초반엔 경기력이 들쑥날쑥했지만, 여독이 풀리자 국내선수들만 출전하는 KOVO컵에선 자신의 공격력이 최고 수준임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경기 뒤 신호진은 “유니버시아드를 다녀온 뒤 곧바로 뛸 수 있을까 싶었다. 교체로 경험을 좀 쌓고 다가올 V리그나 준비하자는 마음이었다. 초반엔 술 한 병 먹고 뛰는 듯 오락가락했다. 3세트부터 땀 좀 나면서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라면서 “유니버이사드에서 외국 선수들을 상대하다 국내 선수들을 만나니 거기에선 막히던 공격 루트가 여기에선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맹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MVP를 본인이 수상하긴 했지만,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신호진은 “제가 득점을 많이 해서 MVP를 수상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는 팀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제게 공을 올려준 세터 (곽)명우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들이 커피로는 안 되겠다고 하더라. 고기를 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가올 V리그에서 신호진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오기노 감독이 외국인 선수 레오의 포지션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해야만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인 신호진에게 주전 출장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이 부분을 신호진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는 “레오가 오고 포지션이 결정되겠지만, 제가 할 것을 착실하게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를 받지 않을까 싶다. 욕심 부리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구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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