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 우연이 겹친 신호진의 KOVO컵 MVP 수상, 전체 1순위 자격 입증했다

남정훈 2023. 8.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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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2년차 아포짓 스파이커 신호진(22)은 인하대 재학 시절 대학배구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187cm의 단신이지만, 왼손잡이라는 장점과 뛰어난 점프력과 빠른 스피드로 대학배구에선 대적할 자가 없었기에 OK금융그룹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신호진을 품었다.

큰 기대 속에 V리그에 입성했지만, 신호진의 작은 신장이 발목을 잡았다. 대학배구에선 단신의 약점을 다른 장점으로 덮기에 충분했지만, 외국인 선수들과 장신 블로커들이 득시글한 프로 무대에선 단점이 더 부각됐다. 27경기에 출전해 126득점에 그쳤던 이유다.

절치부심한 신호진은 2022~2023시즌을 마치고 기량을 갈고 닦았고, 2023 KOVO컵에서 자신이 왜 전체 1순위로 뽑힐 만한 재능이었는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이 지난 6월 부임해 신호진에게 자신감을 한껏 불어넣어준 것도 신호진의 맹활약에 한몫했다.

OK금융그룹은 13일 경북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보드람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에서 혼자 34점을 몰아친 신호진의 맹활약을 앞세워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1(25-23 22-25 25-23 25-20)으로 이겼다. 2013년 창단 후 2015년과 2019년, 2021년 KOVO컵 결승에 올라 내리 준우승에 그쳤던 OK금융그룹은 이날 승리로 창단 첫 KOVO컵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전날 열린 파나소닉과의 준결승에서도 블로킹 6개 포함 31점을 폭격해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득점 신기록을 써내며 OK금융그룹의 결승행을 이끈 신호진은 이날 자신의 기록을 하루만에 경신하며 우승을 이끌어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공격 성공률은 72.34%로, 2006년 시작한 KOVO컵에서 30득점 이상을 해낸 선수 중 최고 공격성공률이다. 특히 우승을 확정지은 4세트에만 11점을 몰아쳤다. 4세트 공격 성공률은 무려 91.67%. 삼성화재 블로커들이 알고도 못 막는 수준이었다.

신호진의 MVP 수상은 여러 우연이 겹쳤다. 지난달 29일부터 열린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했지만, 예선 탈락하면서 조기 귀국했다. 게다가 주전으로 뛰던 전병선이 조별예선에서 다쳐서 신호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중국에서 귀국하자마자 뛰느라 대회 초반엔 경기력이 들쑥날쑥했지만, 여독이 풀리자 국내선수들만 출전하는 KOVO컵에선 자신의 공격력이 최고 수준임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경기 뒤 신호진은 “유니버시아드를 다녀온 뒤 곧바로 뛸 수 있을까 싶었다. 교체로 경험을 좀 쌓고 다가올 V리그나 준비하자는 마음이었다. 초반엔 술 한 병 먹고 뛰는 듯 오락가락했다. 3세트부터 땀 좀 나면서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라면서 “유니버이사드에서 외국 선수들을 상대하다 국내 선수들을 만나니 거기에선 막히던 공격 루트가 여기에선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맹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MVP를 본인이 수상하긴 했지만,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신호진은 “제가 득점을 많이 해서 MVP를 수상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는 팀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제게 공을 올려준 세터 (곽)명우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들이 커피로는 안 되겠다고 하더라. 고기를 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호진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지만, 삼성화재의 아포짓을 맡은 박성진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배출한 최고의 ‘라이징 스타’ 박성진은 30점을 몰아쳤다. 공격 성공률은 67.44%.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박성진은 MIP(준우승팀 수훈선수상)을 수상했다. 박성진의 활약에 자극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신호진은 “(박)성진이 하는 플레이를 코트 반대편에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의 공격을 보면서 ‘와, 성진이 진짜 잘 한다’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4세트 들어 상대 블로킹의 움직임이나 수비 빈 곳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됐다’ 싶었다. 4세트에 제 실력을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다가올 V리그에서 신호진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오기노 감독이 외국인 선수 레오의 포지션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해야만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인 신호진에게 주전 출장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이 부분을 신호진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는 “레오가 오고 포지션이 결정되겠지만, 제가 할 것을 착실하게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를 받지 않을까 싶다. 욕심 부리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구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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