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리스크 키운 '50년 주담대'···차주 나이제한 급부상
'50년 만기' 한달만에 1조 넘겨
금융당국, 상환방식 제한도 검토
"중·저신용자 주력 취지 어긋나"
인터넷전문은행에도 규제 임박
은행권 "정부가 규제 풀었는데
'이자장사' 탓으로 돌릴까 우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서도 1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 뒤 최근 주택 시장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지목된 가운데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당국은 부랴부랴 이를 억제할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전문은행 대출이 주요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일 기준 679조 88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79조 2208억 원)보다 6685억 원 늘어났다. 특히 주담대 증가세가 거세다.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512조 8875억 원에서 514조 1174억 원으로 1조 2299억 원 늘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기준 은행권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4월 이후 5개월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체 주담대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4개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현재 1조 23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품 출시 이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1조 원이 넘었다. 최근 두 달(6~7월) 이들 4개 은행의 주담대 전체 잔액이 1조 212억 원 늘어났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50년 만기 상품만이 팔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자 다른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주담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미 KB국민·하나·NH농협·DGB대구은행·Sh수협은행·IBK기업은행이 도입한 데 이어 우리은행은 뒤늦게 50년 만기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주담대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집을 구입하려는 차주들이 현재 40%로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금이라도 덜 적용받기 위한 우회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개 주담대는 DSR이 동일하게 적용되더라도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매달 내는 원리금이 줄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의 한도가 늘어난다. 다만 대출 기간 중 상환해야 하는 총원리금 규모는 커진다. 대신 집을 사려는 차주 입장에서는 총원리금이 늘어나더라도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만기를 늘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비규제지역 8억 원짜리 집을 사려는 연 소득 7000만 원인 직장인이 연 5% 금리로 40년 만기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 한도가 4억 8400만 원이지만 반면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5억 14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소득 변동 없이 만기만 10년 더 늘렸을 뿐인데 총대출 가능액이 3000만 원 증가한 셈이다. 다만 상환해야 할 총원리금은 9억 6000만 원(40년 만기)에서 12억 1200만 원(50년 만기)으로 2억 5200만 원 늘어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단지 대출 기간만 10년 늘려도 대출액은 8% 정도 증가하게 된다”며 “대출을 받더라도 50년 동안 원리금을 갚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대부분 중간에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려고 하는 만큼 만기를 늘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는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의 한 요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꼽았다. 이후 금융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규제 방안 검토에 돌입했다.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50년 만기 주담대에 원금균등상환 방식만 적용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안이 마련되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당장 시행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현재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이 DSR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는지 점검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필요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담대를 취급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로 두 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21조 원 정도다. 1분기 말(16조 6990억 원)보다 4조 원 이상 증가했다. 금융 당국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에 힘써야 할 인뱅들이 주담대에 집중하는 것은 인뱅 인가 취지에도 맞지 않은 것으로 보는 만큼 유력한 규제 대상으로 꼽힌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 방지를 명분으로 대출 규제 완화를 시행할 때부터 가계대출 증가는 예견된 일이었는데 이를 은행 탓으로 돌릴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은행들의 영업 행태가 ‘이자 장사’로 지적받은 후 은행들이 ‘공공의 적’이 됐다”며 “주담대 대출 증가도 은행들이 이익을 늘리기 위한 영업 탓으로 돌리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50년 만기 주담대도 알고 보면 금리 인상기 대출자의 원리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뜻이 반영된 결과물이지 은행들이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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