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담긴 사라진 동네들…수기사 ‘수원, 15년의 기록’전

정자연 기자 2023. 8. 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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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구, 매교동, 2018

 

동네 한 곳이 또 밀렸다. 마을을 지키던 나무와 쉼터가 되어주던 벤치도 사라졌다. 동고동락하던 이웃들은 흩어졌다. 벤치에 앉아 싹 틔운 누군가의 첫사랑도, 골목에서 뛰어놀던 누군가의 유년 추억도, 현재를 살아가는 그 누군가의 안식처도 함께 흩날렸다. 자리는 거대한 고층 아파트 숲이 메웠다. 수원은 광교신도시를 비롯해 고등동, 인계동, 매교동에는 새로 지은 아파트가 빽빽하다. 정자동, 연무동, 세류동, 지동, 매탄동 일부도 철거와 이주,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이연섭, 북수동, 2016 

개발로 사라져 가는 수원의 동네와 주민의 모습을 기록해 선보이는 사진전이 열린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이하 수기사)’는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아 ‘수원, 15년의 기록’전을 15일부터 20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들은 개발 됐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동네 위주로 고등동, 매교동, 인계동, 지동, 세류동, 정자동, 연무동, 매탄동(매탄주공), 행궁동, 서수원(고색동·당수동·호매실동)에서 이들이 찍은 사진 170여점을 선보인다. 강관모, 강현자, 고인재, 김미준, 김삼해, 남기성, 박종철, 서금석, 이병권, 이선주, 이연섭, 이장욱, 한정구, 홍채원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홍채원, 지동, 2015

수원은 지난 15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수원특례시’로 이름이 바뀌었고, 외형도 많이 달라졌다. 오래된 마을이 있던 자리엔 아파트들이 하나씩 들어섰다. 개발과 발전, 미래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수기사는 세월의 흐름과 개발로 사라져가는 수원의 오래된 마을과 골목, 그곳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해 왔다. 다큐사진 그룹으로 매년 주제를 정해 사진을 찍고, 정기회원전을 열고 있다.

마을 사진전 외에도 ‘수원의 전통시장과 사람들’ ‘왔다理 갔다里 수원천’ ‘왕의 길- 정조대왕 원행을 보다’ ‘수원의 경계’ ‘수원화성, 사람들’ ‘골목길 탐방’ 등의 전시를 선보였다.

박종철, 매탄동, 2022

이들이 담은 마을 사진에선 ‘그 때’가 묻어난다. 내가 살던 집, 골목길, 동네 그리고 그곳 사람들. 지금은 찍을 수 없는 시·공간이 담겨있다. 단순히 낡고 빛바랜 동네 풍경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기억, 추억, 흔적 등이어서 소중하고 의미가 크다.

변화와 미래,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지, 동네에는 어떤 것들이 남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연섭 수기사 회장은 “수기사의 사진 작업은 삶의 기록이면서 마을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있는 행위”라며 “이러한 기록이 쌓여 향후 수원시 사료 연구에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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