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시점 교차···'놀란 다웠던' 1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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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의 아버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이자 올 여름 최대 기대작, 글로벌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두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드디어 한국 영화계를 찾는다.
놀란은 본작에서 각 시점의 교차를 절묘하고 정교하게 배치해 극의 긴장감을 한없이 끌어올리는 기예를 구사한다.
이번에도 놀란의 영화에는 대배우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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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아버지' 오펜하이머 통해
美 역사·정치·전쟁·법정극 담아
핵개발-청문회 시점 넘나들며
정교한 연출로 3시간 내내 긴장감
음향 뛰어나 특별 상영관에 제격
“프로메테우스는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그 형벌로 그는 바위에 묶여 영원히 고통받았다.” ('오펜하이머' 오프닝)
‘핵폭탄의 아버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이자 올 여름 최대 기대작, 글로벌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두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드디어 한국 영화계를 찾는다.
놀란의 연출은 정점에 달한다. 극은 세 가지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과 핵개발 과정, 오펜하이머 청문회 과정, 스트로스 청문회 과정이다. 스트로스 청문회는 흑백으로 연출됐다. 시점, 시간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것은 전작들인 ‘메멘토’와 ‘덩케르크’, ‘테넷’을 떠올리게 한다. 놀란은 본작에서 각 시점의 교차를 절묘하고 정교하게 배치해 극의 긴장감을 한없이 끌어올리는 기예를 구사한다. 러닝타임 3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큰 액션 하나 없이 이런 긴장감을 구현해 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다. 미국 역사를 다룬 시대극이자, 매카시즘 광풍을 다룬 정치극이자, 청문회를 중요한 소재로 삼는 법정극, 전쟁을 주제로 한 전쟁 영화다. 놀란은 상이한 이 장르들을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 오펜하이머를 통해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핵폭탄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들은 여러 훌륭한 대사들을 통해 잘 표현된다.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와 닐스 보어, 트루먼과 오펜하이머의 대화, 그리고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오펜하이머가 보는 환상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대량살상무기와 상호확증파괴, 평화에 대한 상념에 잠기게 된다. 놀란은 한 예능에서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쉽게 답을 주지 않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이 “오스카는 킬리언 머피의 것”이라고 극찬할 수밖에 없는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경이롭다. 그는 오펜하이머가 겪는 심리적 불안과 고뇌를 설득력 있게 묘사해 낸다. 그의 눈빛과 손짓, 입꼬리의 떨림 하나에 복잡한 감정들 하나하나가 정확히 담겨 있다. 퇴폐미과 이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그려 내는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
이번에도 놀란의 영화에는 대배우들이 가득하다. 맷 데이먼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극 중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 캐릭터를 맡은 에밀리 블런트와 플로렌스 퓨의 연기도 좋다. 조쉬 하트넷·데인 드한·케네스 브레너 등의 연기도 만날 수 있다. 매우 짧은 장면에 등장하는 게리 올드만은 몇 개의 대사만으로도 이 배우가 왜 대배우인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최대한 아이맥스 포맷으로 보는 것이 좋다. 다른 상영관에서는 많은 화면이 잘려서 감독이 의도한 화면 구성을 볼 수 없다. 또 이 영화는 음향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다.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일에 음악과 소리가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적재적소에 사용된 OST와 효과음은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최대한 사운드가 좋은 상영관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영화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니다. 폭탄이 많이 터지거나 전쟁 장면이 묘사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는 장면도 없다. 하이라이트인 ‘트리니티 실험’ 장면도 결말이 아니라 극 중간에 포함되어 있어 놀란의 전작인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을 생각하고 관람해서는 안 된다. 15일 개봉. 180분.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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