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민·기업이 되살린 잼버리… 대한민국 위기관리 대응 빛났다
앞다퉈 연수원 개방·숙식제공
K-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마지막날 4만명 전원 K팝관람
英대사 "위기 대처 탁월했다"
열악한 환경과 운영미숙으로 위기를 맞았던 '2023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유종의 미를 거둠으로써 대한민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전세계에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늦게 컨트롤 타워를 맡은 중앙 정부와 참가자들을 환대한 국민, 스스로 발 벗고 나서 총력한 기업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한 마음이 됐던 월드컵 열기와 금모으기 운동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물론 대회에서 나타난 기반 시설 조성 미흡과 예산 부실 집행, 운명 미숙 등 총체적 난맥상에 대해서는 철저한 책임규명을 통해 시행착오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체적 부실...전 현정부 모두의 책임=잼버리 개최를 앞두고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염분이 높은 매립지, 폭염·폭우·태풍, 배수시설, 샤워실·화장실 등 기반시설, 그늘막, 나무 등 대회 환경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결과는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넝쿨터널도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았고, 그늘 쉼터도 부족했다. 샤워실과 화장실도 부족한데다 위생문제도 발생했다. 온열환자, 코로나 환자 수에 비해 병상수도 부족해 사태 발생 후 의사, 간호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병상도 늘려야 했다. 샤워실 문도 천막으로 돼 있어 남성 참가자가 여성 샤워실에 침입하는 범죄까지 드러났다. 영국·미국 등 전체 인원의 15%가량이 조기 퇴소했다. 여기에 태풍 예보가 나온 7일 대원 전원이 철수했다.
책임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 모두 걸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지 매립과 배수시설 등 기반 시설을 닦아 놓었어야 했고, 윤석열 정부는 폭우·폭염 같은 재해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할 책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인들이 행사 유치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만 열중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대회 1년전에 새만금 공정률이 37%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예산 사용에서도 준비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전북도에 따르면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투입된 약 1170억원 중 74%인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혔다. 반면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시설비에 투입된 예산은 130억 원에 불과했다.
◇유종의 미… 책임 철저히 물어야=대회를 살린 건 국민과 기업들이다.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회가 살아났다. 심각한 상황에 정부가 나흘 째부터 적극 개입했고, 대기업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대한항공, 포스코그룹 등은 일부 참가국의 조기 퇴영 사태를 막고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잼버리 관광프로그램 추가' 해법에 적극 호응해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사업장을 개방하고 견학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특히 현대차는 5성급 호텔 못지 않은 시설과 한식·퓨전식, K-컬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스카우트 대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마지막 행사였던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는 백미였다.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4만여명의 대원들은 새만금을 떠날 때와 달리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행사를 즐겼다. 콘서트에는 뉴진수, 마마무 등 아이돌 19개 팀이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노래를 따라 하거나 춤을 추는 등 공연에 크게 만족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대회 기간 각국 대사들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호평은 조기 퇴소했던 영국 측에서 나왔다. 한 총리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개러시 위어 주한 영국 대리 대사를 통해 폐영식과 K팝 콘서트에 참석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이를 수락했고, 4000명의 영국 대원들은 정부가 보내준 버스를 타고 콘서트를 즐겼다. 위어 대리대사는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선의와 문제 해결 능력에 놀랐다"고 감사를 표했다.
잼버리 파행의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특히 파행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여성가족부와 전북도를 대상으로 정부의 감찰이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라북도를 향해 "광역지자체가 행사를 유치하면서 SOC확충을 모색하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을 벗어났다"며 "행사를 성공시키면서 SOC사업을 챙겨야 했는데, 본질적인 것을 제대로 못하고 실속만 챙기려다 오히려 실패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책임질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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