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민주당 혁신위가 던진 폭탄
아직 결론짓기 이른 감은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애초 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했을 때부터 혁신위에 대한 당내 신뢰는 물론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명(비이재명)계의 일말의 기대가 함께 무너졌다. 이 명예이사장을 대신해 위원장이 된 김은경 혁신위 역시 친명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으니 뭘 내놓든 비명계 의원들은 곱게 봐줄 리 없다. 김 위원장의 연이은 설화는 비명계 의원들에게 혁신안을 거부할 구실로 딱이었고, 결국 김 위원장이 혁신위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고자 민주당 의원들이 한데 모인 의원총회에서 출범을 결의한 혁신위가 당 분열의 촉매제 노릇을 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가상자산 투기 논란까지 설상가상으로 추락한 당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중도층의 지지를 만회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민주당 혐오만 키웠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바라보는 모습과 비명계가 혁신위를 바라보는 모습은 닮았다. 실정이나 실수를 하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기 바쁘다. 피해 볼 국민을, 실망하는 국민을 안타까워하는 마음보다 비난할 건수 잡았다는 희열이 더 큰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이는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던져놓고 간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 혁신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두고 자당 의원끼리 또 치고받을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혁신안에 대한 논쟁은 결국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가 계속 자리를 지키고 비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로 이어질 것인가로 점철된다. 당의 안정에 일조해야 할 원로 정치인들은 내년 출마 생각에 혁신위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 앞날은 뻔하다. 당대표 거취와 혁신안으로 싸우고 돈봉투에 대해 조사받다가 현안 대응은 제대로 조명받지도 못하고 자중지란에 자멸할 것이다. 총선을 승리하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해 민주당이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
[전경운 정치부 je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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