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새만금 잼버리 용지 활용법
잼버리 대회가 열린 새만금은 세계 간척사에 획을 그은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방조제 길이만 33.9㎞로 세계 최장이다. 그 덕분에 서울시의 3분의 2에 달하는 간척지가 생긴다. 더 높이 평가되는 것은 최저 수심 40m의 깊은 바다를 막았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난공사에 물막이 때는 간척 선진국인 네덜란드 전문가들이 직접 와서 지켜볼 정도였다.
이 새만금은 한 공무원의 애국 충정에서 시작됐다. 1985년 2월 어느 날 이관범 전 농림축산식품부 국장은 출장길에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꼭대기에 위치한 월명암이라는 절을 찾았다. 북쪽으로 서해와 김제평야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전 국장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부안에서 멀리 보이는 군산까지 방조제를 연결하면 김제평야만 한 농지를 새로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흥분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전 국장이 입안한 대로 새만금은 전체가 농지로 기획됐다. 1991년 시작된 방조제 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15년 만인 2006년 물막이 공사를 끝냈다. 그런데 방조제 공사가 진척돼 가면서 전북도 정치인을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태우 정부 때 100% 농지로 기획됐던 새만금은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논란을 일으키다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농지 비중이 72%로 줄었다. 급기야 이명박 정부 때는 농지 비중이 30%로 확 줄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사이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은 48.4%(1985년)에서 20.9%(2021년)로 급락했으니 애초 새만금 기획 취지가 무색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새만금에서 농지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 용지는 육지화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 조기 매립된 곳에서는 조사료 작물과 우리 밀이 재배되고 있다. 이에 비해 나머지 70% 부분은 매립률이 30% 정도에 불과하다. 매립률에 큰 차이가 벌어진 건 농업 용지는 농지관리기금으로, 나머지 땅은 기업들의 투자유치자금으로 육지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땅 없이 물만 보이다 보니 투자유치 작업이 그다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에 잼버리가 열린 관광레저 용지가 바로 그런 땅이다. 답답해하던 전북도와 정부는 이 관광레저 용지를 농업 용지로 용도 전환하는 묘수를 발휘했다. 농지관리기금을 활용해 당장 매립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잼버리가 끝나면 농업 용지로 사용하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관리기금 1846억원을 들여 잼버리 땅을 조성한 배경이다.
그런데 잼버리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전북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땅을 관광레저 용지로 되돌리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량안보가 국방안보만큼이나 중요해진 이때 어렵게 확보한 농지를 포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물론 농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땅이 있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농업계 스스로 잼버리 용지를 포함한 전체 새만금 농지 활용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들어 2차전지 업체들이 새만금 산업단지로 몰려들고 있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때가 아니다. 이왕이면 한국형 첨단농업 기지로 육성하면 어떨까. 더 늦기 전에 산·관·학·연이 머리를 맞대보자.
[정혁훈 농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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