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은 지난 일"… 애플, 공정위 엄포에도 1년동안 '배째라'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3. 8. 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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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금전보상 거부 속내는
시장획정 문제등 법리검토 후
위법성 입증 어렵다 판단한듯
유사 논란 세계 각국 번지면
천문학적 보상금 우려도 작용
檢·방통위로까지 조사 확대에
애플 대응 변화 있을지 '주목'

◆ 애플 수수료 논란 ◆

애플이 약관 개정 전 부당 징수한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한 보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관련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해 수수료 부과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자진 시정했는데, 정작 피해자들에게 약관 개정 전에 과다 징수했던 수수료 부분에 대한 금전 보상은 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보상 거부 방침을 취하는 것은 한국 행정기관들이 수수료 부당 징수의 위법성을 밝히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 금전 보상이 이뤄지면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세계 각국으로 논란이 확산돼 보상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위주로 진행되던 조사가 검찰 수사와 방송통신위원회 조사로까지 확장되며 애플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위 조사는 '공정거래' 여부를 중심으로 이뤄져 애플이 아이폰 앱마켓을 독점하는 지위를 남용해 시장 질서를 해친 혐의에 치중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검찰과 방통위는 애플이 국내 앱 개발사를 해외 개발사 대비 차별해 국내 개발사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13일 매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애플이 이 같은 행위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서를 제출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서비스의 요금 및 이용 조건 등에 따라 특정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해 취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애플이 국내외 앱 개발사들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차등해 법을 어겼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고발이다. 애플은 국내 앱 개발사들을 상대로 30%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약관과 달리 33% 수수료를 거둬왔지만, 해외 앱 개발사들에는 30% 수수료율을 정상적으로 적용했다.

해외 앱 개발사들은 한국 과세당국에 세금을 직접 납부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애플은 해외 개발사들이 앱 이용자들에게서 받은 인앱결제 대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대신 납부하고 수수료까지 뗀 후에 잔액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분을 제외한 세전 결제대금에 대해서만 30% 수수료를 제대로 계산한 것이다.

공정위 소관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도 전기통신사업법과 마찬가지로 거래 상대방을 차별하지 말라는 조항이 담겨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 탓에 법 적용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애플이 국내외 개발사를 차별한 행위로 인해 앱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됐다는 것까지 입증해야 한다.

경쟁 제한을 입증하려면 문제가 벌어진 시장이 어떤 곳인지를 규정하는 '시장획정'이 필요하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군을 규정하고, 이런 상품들이 유통되고 경쟁하는 지리적 범위 등도 설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애플이 수수료를 차별한 앱 시장은 천차만별의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탓에 시장획정이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획정 이슈 외에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린다. 경쟁 제한 입증을 위해서는 애플이 수수료를 차별하는 바람에 앱 개발사가 시장에서 퇴출될 정도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피해 업체 수는 많은데, 이 중 수수료로 인한 불이익과 무관하게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이 급등한 곳 역시 많다. 실적이 좋아진 곳들은 피해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애플이 수수료 과다징수 행위에 법적 문제가 없다며 금전 보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제반 상황을 고려한 전략으로 추정된다. 애플 측에서 위법성 여지를 인식하고도 의도적으로 이를 숨겼는지를 따져보기도 어렵다. 한국에 소재한 애플코리아는 제한적 역할만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요 결정을 내리는 애플 본사는 서면 조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년 국감에 애플이나 구글이 불려오지만 실효를 기하기 어려운 것도 비슷한 이유다.

반면 전기통신사업법은 관련 사업 이용자를 보호하고 공공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 법 적용이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인 국내 개발사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고 차별당한 행위 자체가 위법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방통위가 온라인 플랫폼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권 특성에 따라 위법으로 볼 수 있는 혐의를 꺼내들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매일경제신문 보도로 애플의 수수료 과다 징수 논란이 확산된 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애플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 바 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검찰과 방통위를 각각 소관 기관으로 둔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애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회원사들에 대해 진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애플이 자진 시정한 약관은 언제든 일방적으로 변경이 가능하므로 수수료 과다 징수 행위의 위법 판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용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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