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OTT시대 끝 美 구독료 줄인상
투자자 '누적적자 해소' 요구
"서비스 가격 애초 오를 운명"
콘텐츠투자 감소 우려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월 구독료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펼쳐 온 저가 정책을 종료하고 이제 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케이블 방송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던 미디어 황금기가 저물었다"고 보도했다. FT는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등 OTT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주요 OTT를 함께 구독할 경우 매월 드는 비용이 월간 케이블TV 패키지 이용료를 넘겼다고 전했다.
미국 주요 OTT 합산 월 구독료는 오는 10월 87달러가 되는데, 현재 미국의 평균 케이블TV 패키지 이용료는 83달러다.
FT에 따르면 미국 OTT 기업들은 최근 일제히 월 구독료를 올렸다.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10월 광고 없는 월 구독료를 보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인상폭이 컸다.
미국 OTT 기업들의 구독료 인상은 만성적인 손실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9일 실적을 공개했는데, 2분기 스트리밍 서비스 손실 규모가 5억1200만달러(약 6800억원)라고 밝혔다. FT는 최근 금리 급등으로 증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특히 OTT 기업들의 스트리밍 서비스 손실이 계속 커지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점도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한 주요인이라고 짚었다. 데이비드 로저스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은 애초에 오를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저가 요금제 폐지, 계정 공유 금지 등 강경한 조치에도 오히려 이익이 증가한 넷플릭스 사례가 가격 인상 행렬의 도화선이 된 측면도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부터 미국, 영국 등 100여 개국에서 가구 구성원이 아닌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면 7.99달러의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18억3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로 나타났다.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처럼 계정 공유 금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면 콘텐츠의 질이 하락하거나 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돈은 더 냈는데 정작 볼거리는 없어지는 셈이다.
OTT 기업들이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영화 제작 편수를 줄일 수도 있고, 영화 한 편당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34,250,000,000,000원…20대 주담대 부담에 “앞날이 캄캄” - 매일경제
- 광복절 직후 ‘日오염수 판결’...“러시아 나빠” 분노가 먹힐까 [방방콕콕] - 매일경제
- “내 아이는 왕의 DNA” 라더니…교육부 사무관 “선생님께 사과” - 매일경제
- 환락가부터 지방까지 쫙 퍼졌다…매독 환자 급증에 日 초비상 - 매일경제
- “정신 똑바로 차려” 남편에 호통친 아내...22일 폭탄급 발언 나오나 [법조 인싸] - 매일경제
- “신림동 칼부림 범인, 내 악플러였다…검사실서 마주치니 끔찍” - 매일경제
- [단독] 검찰, 애플 수사 착수…잘못 했지만 3500억은 못 돌려주겠다? - 매일경제
- “뽑고 나니 말이 바뀌네”…직장인 10명 중 2명 ‘갑질’ 경험 - 매일경제
- “잼버리 파행, 누구 책임인지 밝히자”…잠잠하던 여야, 공방 본격화 - 매일경제
- 자랑스럽다 쏘니! 손흥민, 토트넘 새 시즌 이끌 캡틴 선임…“대단히 놀랍고 매우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