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치지 말자"... 이예원, 6m 버디 퍼트 주문에 '두산건설 챔피언십' 초대 여왕 등극

이예원이 13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 & 리조트에서 열린 두산건설 위브(We've)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이예원이 연장 혈투 끝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초대 여왕에 등극했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올랐던 이예원은 올해 2차례 우승을 모두 제주에서 달성하며 ‘제주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예원은 13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제1회 두산건설 위브(We'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경기를 마쳤다. 김민선과 공동 1위가 된 이예원은 연장 1차전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파에 그친 김민선을 제치고 여왕 자리에 올랐다.

이날 4언더파 68타를 친 이예원과 2타를 줄인 김민선은 똑같이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최종 3라운드를 마친 뒤 18번 홀(파4)에서 연장전을 벌였다. 이예원은 연장전에서 6ｍ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4ｍ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김민선을 제쳤다.

지난 4월 제주에서 펼쳐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이예원은 4개월 만에 다시 제주도에서 펼쳐진 이번 승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박민지, 박지영, 임진희(이상 2승)에 이은 시즌 4번째 다승자 명단에 올랐다.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은 올해 처음 열린 대회라 이예원은 초대 챔피언이라는 영예도 곁들였다.

골프 시작 후 첫 우승도 제주에서 열린 2015년 소년체전이었다는 이예원은 "왜 제주도에서 잘하는지 나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예원이 13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 & 리조트에서 열린 두산건설 위브(We've)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제주의 강한 바람과 질긴 러프에도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은 정확성 높은 드라이브 샷이 이예원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240야드인 이예원은 79%에 이르는 페어웨이 적중률을 자랑한다. 그는 “비거리와 정확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빈스윙 훈련이라고 들었다”며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리듬을 타면서 150회 안팎 빈스윙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선두 박현경에게 3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예원은 쾌조의 샷 감각을 앞세워 역전극을 펼쳤다. 5번 홀(파4) 첫 버디에 이어 8번 홀(파5) 버디로 1타 차로 따라붙은 이예원은 12번 홀(파4)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6번 홀(파4)에서 10ｍ 먼 거리 버디 퍼트가 들어가면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이예원은 17번 홀(파3)에서 티샷이 짧았고 칩샷이 생각보다 길게 떨어지면서 1타를 잃고 김민선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18번 홀(파4)에서 3퍼트 위기를 잘 넘긴 이예원은 연장전에서 과감한 버디 퍼트로 승부를 갈랐다. 이예원은 “절대 짧게 치지 말고, 홀을 지나가게 하자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스트로크했는데 거짓말처럼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우승 상금 2억1,600만 원을 받은 이예원은 박지영을 제치고 상금 1위(7억2,592만 원)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에서는 박지영에 이어 2위로 도약했다. "상반기에 2승을 하고 싶었는데, 하반기 두 번째 대회에서 다승을 이뤄 기쁘다"는 이예원은 "메이저대회 우승과 대상을 받는 게 다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예원이 13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 & 리조트에서 열린 두산건설 위브(We've)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