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농업허브 내세웠지만 … 새만금 간척지 75%는 방치
稅혜택·인프라 몰린 산업권역
기업 투자 잇따르며 활력 찾아
전체의 51% 농생명 권역
관리주체 없어 개발 하세월
◆ 새만금 다시 시작이다 ◆
2018년 전북연구원이 펴낸 '새만금 사업 경제적 파급효과'에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있다. 연구원은 공공 주도 방식으로 2030년까지 사업이 마무리됐다는 가정 아래 경제효과를 추정하며 완공 시기를 '2022년'으로 당긴 시나리오를 추가했다. 완공이 8년 앞당겨지면 생산 유발효과는 기존 49조원에서 54조원으로,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7조원에서 19조원으로 올라간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개발 사업에서 시간은 '생명'이다. 사업 특성상 장기 투자로 갈수록 기회비용과 피해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새만금 개발사업의 현재 상황을 원점에서 철저하게 재점검하고, 개발 사업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특히 새만금 용지 중 산업용지를 제외한 다른 용지에 대한 개발계획 청사진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용지는 최근 2차전지 기업 등의 투자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며 밑그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만금 전체 면적의 75%인 다른 용지는 밑그림은커녕 사업을 이끌 컨트롤타워도 없다.
13일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새만금은 크게 산업·연구(1권역, 74.4㎢ ), 복합개발(2권역, 62.1㎢), 관광·레저(3권역, 31.6㎢), 배후도시(4권역, 10.0㎢), 농·생명(5권역,103.6㎢) 등 5개 구역으로 용지가 세분화돼 있다. 문제는 새만금 개발사업이 30년 넘게 공회전하면서 개발 밑그림도 확정하지 못하고 '붕' 떠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 권역은 그나마 '2차전지'로 테마를 잡았지만 4분의 3을 차지하는 나머지 권역은 구체적인 방향도 잡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가장 많은 면적(51%)을 차지하는 농·생명 용지가 '무방비상태'라고 지적했다. 전체 개발 구역의 절반 이상이지만, 산업단지에서 투자유치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산업 용지와 달리 매립 이후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잼버리 용지도 대회 종료 이후엔 농업 용지로 관리된다.
당초 이들 용지는 새만금 개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새만금개발청이 관여하지 않았다. 새만금 기본계획(2017년·마스터플랜) 수립 시에도 이 부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별도로 맡았다. 당시 농식품부는 농·생명 용지를 '친환경 고품질 첨단 농업'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생명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발표했으나, 6년이 지난 현재 밑그림도 나오지 않았다.
이 같은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무관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산단 등 산업 용지는 새만금개발청 주도로 매립과 조성공사, 기업 투자유치 등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농·생명 용지 등은 농식품부 내 농업기반과 한 곳에서 10명도 안 되는 공무원이 일을 처리하고 있다. 강호재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만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생명 용지나 환경생태 용지는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생명 용지는 11개 공구(94.3㎢) 중 4개 공구(40.7㎢)에서 땅 조성이 완료된 상태인데, 그 자리엔 애초 계획했던 '고품질 첨단 농업' 대신 잡다한 사료작물이 임시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잼버리가 열린 관광·레저 용지도 개발이 하세월이긴 마찬가지다. '동북 해양관광허브'로 육성한다는 애초 구상과 달리 구체적인 개발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새만금개발청은 올 12월까지 관광·레저 용지 전체에 대한 구체적 개발 구상을 마련한 뒤 사업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각종 세제 혜택과 인프라 공급이 집중된 산업·연구 권역과는 달리 관광·레저 권역은 민간 투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승한 국토연구원 본부장은 "새만금 내 관광·레저 권역은 전적으로 민간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며 "인프라까지 본인들의 돈으로 깔면서 들어올 수 있는 국내 관광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중국 자본 유치를 기대하고 구상했던 권역인데, 현재 길이 막혀 있으니 정부 관심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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