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정치성향 따라 판결 좌우된다면 누가 법의 정의를 믿겠나 [사설]
명예훼손 혐의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실형을 때린 A판사의 판결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양심과 법리에 따른 법원의 결정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그 결정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통상 명예훼손이 맞더라도 벌금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A판사는 검찰의 500만원 벌금 구형량을 훌쩍 넘어서는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는 폭넓게 인정하는 게 관행인데도 A판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는 공적(公的)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상식적이지 않다. 정치 성향에 따른 감정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설상가상으로 A판사가 문재인·유시민 등 야당 정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폴로어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A판사를 폴로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과거 노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불법자금 해 처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라는 저격 글을 올렸다고 한다.
물론 판사도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정치적 성향이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의 이념과 정치 성향에 따라 판결이 좌우될 수 있다는 일말의 의구심이 끼어들 여지를 준 것만으로도 지극히 위험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어느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판사의 성향을 시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재판부가 배당되면 판사가 어떤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부터 피고인들이 살핀다는 말이 나온 지 꽤 됐다. 사법부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법의 지배가 의심을 받는다면 민주주의 근간인 법치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공정·형평성과 법리를 상징하는 천칭과 법전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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