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4만 대원 서울로 이동해 K팝 폐영식, 유종의 미 거뒀다 [사설]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 태풍에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전국으로 흩어졌던 4만3000여 대원이 버스 1100대에 나눠 타고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집결했다. 군대로 치면 3개 사단 규모가 한꺼번에 이동한 것이다. 대원들은 폐영식에 참가한 뒤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의 열광 속으로 빠져들었다. K팝을 떼창하면서 국적을 초월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바로 이게 스카우트 정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폭염에 온열환자는 속출하고 기반시설은 태부족했던 야영장에서 부실하게 시작한 대회였으나, 대원들의 환호 속에서 아름답게 마무리한 것이다.
이날 대원들을 월드컵경기장에 모으는 것도 대단한 작전이었다. 대원들이 일시에 경기장에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경우 대형 사고가 우려됐다. 1100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경기장 근처로 모여들면 주변 교통이 마비될 게 뻔했다. 대원들이 버스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면, 마무리마저 엉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정부는 국가별로 숙소를 출발해 경기장에 집결하는 시간을 적절히 배분했다. 버스마다 안전관리요원을 태웠고, 경기장 안팎에 의료진 40명과 소방 200명을 배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이라며 대원들 도시락까지 챙겼다. 행사 준비 단계부터 이렇게 꼼꼼하게 챙기지 않은 게 통한이다.
그나마 대회가 유종의 미를 거둔 건 K팝이라는 문화 자산과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새만금 야영장을 떠난 영국 참가단 역시 주한 영국대사 대리를 통해 콘서트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올 정도로 K팝 팬덤은 세계적이다. 그런 팬덤이 있었기에 K팝 콘서트에서 세계 대원들의 열광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기업들은 야영장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생수와 얼음물을 제공한 데 이어 대원들의 콘서트 참여를 돕고자 비옷과 야광 응원봉을 제공했다. 통신 3사는 경기장에 이동 기지국도 운영했다. 이런 기업과 문화 자산이 있는데도 대회를 부실하게 준비한 전라북도와 정부, 정치권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남 탓하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13일 "잼버리 파행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 총리의 사퇴,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했다. 잼버리는 민주당이 집권하던 2017년 8월에 유치가 확정됐고, 이후 5년 집권 기간 중에 철저히 준비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일말의 책임과 반성 없이 남 탓만 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잼버리 파행의 근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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