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주담대 열흘새 1조2000억↑…50년 만기 연령제한 추진

10일 기준 가계 잔액 679조 넘어
당국, 초장기 상품 주원인 지목
만 34세 이하로 상한선 검토
부동산 규제 풀어 대출 늘었는데
금융만 옥죈다 일부선 정부 비판

금융당국이 연령 제한을 두기로 하는 등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주담대가 우리 경제 ‘뇌관’으로 다시 떠오른 가계대출 증가세(국제신문 지난 10일 자 10면 보도)의 주요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현재 679조8893억 원이다. 지난달 말 679조2208억 원보다 6685억 원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주담대는 같은 기간 512조8875억 원에서 514조1174억 원으로 1조2299억 원이나 늘었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됐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다음 날 소속 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실적과 조건을 파악하고 나섰다. 당국은 이 상품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우회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조2379억 원에 달한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대출자는 당장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리는 이점이 있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50년이라는 긴 기간을 활용해 원리금 부담을 줄이기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받기 위해 DSR 적용에 유리한 50년 만기 주담대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60대 후반 고객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연령 제한이 도입될 전망이다. 대출 상한 연령으로는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5대 은행 중에는 신한은행이 만기 40년이 넘는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만 35세 이상은 초장기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인터넷은행 주담대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은 주담대를 빠르게 늘리는 인터넷은행의 영업 행태가 인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 금융권에서는 불만도 제기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주담대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가 증가하는 근본적 이유는 정부가 부동산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도 같은 정부 정책 취지에 따라 도입돼 지금까지 31조 원 이상 신청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따로 있는데, 50년 만기 상품이나 인터넷은행 주담대 등을 마치 근본 원인인 것처럼 지적하고 대책의 초점도 거기에 맞추는 것 같아 의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