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고 왜 일본 갔나 했더니…'尹의 계획' 한미일 협의체 뜬다

박종진 기자, 안채원 기자 2023. 8. 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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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히로시마=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5.21.

"21세기 외교사 현장으로 기록될 것" (13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브리핑)

18일 미국 대통령 전용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장밋빛이든 잿빛이든 그 역사적 의미는 상당하다. 한미일 세 나라가 오직 정상회의를 위해 별도로 모인다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자 글로벌 안보질서에 큰 분기점이 된다.

우선 이번 회동은 '정례화' '제도화'에 방점이 찍혔다. 지금까지 다자회의를 계기로 잠깐(때로는 단 몇 분) 만나는 식의 한미일 정상회의는 열 두 차례 있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미일 정상회의와 오찬 등을 통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안보,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문서(공동성명 등)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 이름을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한미일의 새로운 '협의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구축된 냉전질서가 깨지고 세계화의 물결을 거친 뒤 최근에는 권위주의와 자유주의 진영의 신냉전 블록화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미일이 새로운 안보 거점으로 체계화된다는 의미다. 북한·중국·러시아의 블록화에 맞서 한미일이 지역안보, 나아가서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글로벌 자유진영의 안보질서에 더욱 밀착하는 핵심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일 3자 협의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의 정례화도 자연스런 수순이다. 김 차장은 "향후 한미일 안보협력에 핵심 골격을 만들고 이를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화의 틀 속에서 지금까지 간간이 실시됐던 공동 군사훈련 수준의 안보협력을 넘어서 AI(인공지능), 사이버안보 등 다각도로 협의체가 가동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군사 문제뿐만 아니라 한미일 간에 필요한 비군사 문제, 경제안보 문제, 디지털 사이버 문제까지 포함하는 협의체와 진행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협의체 이름과 얼마나 자주 모일지 등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8.13.

정상회의의 장소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라는 점도 분명한 메시지다. 그동안 캠프 데이비드 회동은 외국 정상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줬고 주요국 정상들이 모여 2차 세계대전 종전 논의, 미소 군사대결 지양 등 실제 역사적으로 중요한 합의를 도출해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워싱턴DC에서 회의를 갖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며 "격식이 없고 개인적으로 친화력을 서로 구축할 수 있는 편안한 산책이나 환담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진솔한 논의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직후부터 자유와 연대를 근간으로 추진해온 새로운 안보질서 구축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게 됐다. 온갖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올해 3월 전격 방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한일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고 이어 4월 미국 국빈방문을 거쳐 5월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번 바이든의 캠프 데이비드 초대는 이렇게 이뤄졌다. 일련의 과정이 새로운 한미일 협의체를 위한 기반이었던 셈이다.

이같은 역사적 맥락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도 담길 예정이다. 건국운동으로서의 독립운동에 연속성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독립운동의 현재 진행형을 역설하면서 '분단의 현실과 북한의 위협' 그리고 이것에 대응하는 한미일 정상회의의 의미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6일(현지시간)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물론 한미일 협력의 고도화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중국과 러시아를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미일 정상회의의 결과가 장밋빛일 수만은 없다고 경계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치체제의 차이 등을 존중하는 가운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의 공동 성명 등에도 북한에 공동 대응한다는 문장은 명시적으로 들어가지만 다른 국가는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중국을 명시해서 중국 때문에 (한미일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명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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