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공모株 담은 코스닥 벤처펀드 '훨훨'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3. 8. 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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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종목에 IPO株 투자
삼성·브레인 수익률 40%대
상반기 대형 상장 실종에
공모주펀드 수익률은 부진
올 들어 6500억원 '썰물'
두산로보·SK에코 상장 대기
하반기 펀드 부활 기대감도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신규 공모주와 코스닥 종목에 함께 투자하는 일부 코스닥 벤처펀드는 4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냈음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 전체 설정액 규모는 연초 3조5962억원에서 11일 기준 2조9440억원으로 6522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은 6.12%로 국내 증시 상승폭 대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IPO 종목들이 상장 이후 대부분 주가 하락을 보여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조 단위 대어급 상장이 줄줄이 연기돼 공모 금액이 작년 대비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공모 금액은 314억원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며 많은 자금이 유입됐던 공모주 펀드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지속적으로 자금이 순유출되고, 코스닥 공모주 투자의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코스닥 벤처펀드에서도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컬리, 케이뱅크, 오아시스 등 대어급 공모주들의 상장 철회와 증시 부진 등으로 공모주 투자 열기가 다소 식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지난 6월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주가 변동 제한폭이 기존 공모가 대비 60~400%로 확대되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진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공모주 펀드들이 올해 한 자릿수 수익에 그쳤음에도 브레인코스닥벤처펀드, 삼성코스닥벤처펀드 등은 40%를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브레인코스닥벤처펀드의 지난 4월 기준 주요 보유 종목은 시큐센, 레인보우로보틱스, SK이노베이션 등으로 나타났다. 삼성코스닥벤처펀드는 지난 11일 기준 코스모신소재, 브이원텍, 덕양산업 등의 비중이 높았다. 신규 공모주보다는 코스닥 기존 상장 종목에 많이 투자해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김주연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코스닥 벤처펀드는 신규 상장 종목에 15~20% 비중으로 투자하며, 기존 코스닥 상장 업체 중에서도 신성장 산업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한다"면서 "올해 2차전지와 로봇주의 성과도 높았으나 의료 인공지능(AI) 종목의 기여가 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하반기 SK에코플랜트,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같은 대어의 상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공모주 펀드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IPO 시장은 소규모 공모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대어급 공모가 부재한 상태"라며 "2분기 이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등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이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나서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올해 연간 공모 금액은 3조7000억~4조1000억원 수준으로 기대된다. 이는 2021년(20조원), 2022년(16조원) 대비 크게 감소한 규모지만, 상반기 공모 금액이 1조원 수준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공모주 시장의 반등세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다수 종목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전망치를 훌쩍 웃도는 공모자금이 모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오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기업들이 상장할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IPO 건전성 제고 방안 본격 시행 등으로 IPO 시장 환경이 개선되며 상반기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 "공모주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공모주 펀드 운용 전략 등을 비교해 투자도 검토해볼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이 높은 주식의 경우 개별 청약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자산운용사가 기업을 선별해 수익률을 관리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주연 매니저는 "IPO 담당 전문 투자 인력과 리서치 인력을 활용해 공모주를 선별 투자하기 때문에 직접투자 대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M멀티-헤지코스닥벤처1 펀드는 연중 -2.37%의 수익률을 보였다. 향후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 종목에 선별 투자하는 상품인데, 올 상반기 부진했던 바이오주 비중이 높은 게 수익률이 하락한 원인으로 꼽힌다. 브이아이중국본토공모주플러스 펀드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이 미미함에 따라 공모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연중 -1.9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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