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집어삼킨 산불…실종자 1000명 '최악의 재앙' 또 사람 탓?
아직 화재 진압 못해 "나무뿌리 타는 중"…
참사 원인으로 기후변화·부실 대응 지목
화마(火魔)가 '지상 낙원' 하와이를 집어삼켰다. 지난 8일 시작된 하와이 마우이섬의 대형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실종자도 다수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라하이나 지역은 여의도 3배 규모의 면적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이 지역을 재건하는 데만 7조원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아직 수색이 본격화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망자들은 대부분 건물 밖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락이 끊기거나 소재 파악이 안 된 실종자는 1000명이 넘는다. 사체 탐지견들은 수색 예정 지역의 3%밖에 돌아보지 못한 상태다. 존 펠티어 마우이 카운티 경찰서장은 "우리가 수색해야 하는 지역은 최소 5평방마일(약 13k㎡·393만평)"이라며 "사망자 수가 더 증가할 수 있으며 그 규모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본 곳은 마우이섬 북서부의 라하이나 지역이다. 태평양재해센터(PDC)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산불 피해 조사 내용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의 면적 총 2170에이커(약 8.78㎢)가 불에 탔다. 여의도 면적(약 2.9㎢)의 약 3배가 소실된 셈이다. 파손되거나 전소된 건물은 총 2207채로, 이 가운데 86%가 주거용 건물이다. 대피소가 필요한 이재민은 45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55억2000만달러(약 7조3500억원)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라니냐 현상이 약해지고 하와이 상공의 구름층이 얇아지면서 기후변화가 심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크대 기상학자인 애비 프래지어는 NYT에 "이러한 모든 요인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며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기후변화의 신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허리케인 '도라'도 산불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지난 9일 하와이 주변 해상을 지난 도라가 최고 시속 130㎞의 돌풍을 몰고 오면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산불 참사가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불 당시 화재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하와이는 쓰나미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옥외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해왔다. 하와이 전체에 400개, 마우이섬에는 80개의 사이렌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번 화재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8일 화재가 발생하고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지만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애덤 와인트라웁 하와이 비상관리국 대변인은 "우리 기록에 따르면 주 정부나 마우이 카운티 당국 누구도 사이렌을 작동시키려 시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와이 비상관리국은 휴대전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으로 산불 발생을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와 통신이 끊기면서 이마저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라하이나에 거주하는 콜 밀링턴은 CNN에 "휴대전화에 비상 경보가 떴지만 대피 통지는 없었다"며 "상공의 거대한 검은 연기"를 보고서야 위험을 감지했다고 지적했다.
산불 대응이 부실했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주 당국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마우이섬 산불 전후에 있었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변기에 소변, 양치도 안 하더라"…동거하다 충격, 파혼한 사연 - 머니투데이
- 노사연, 강혜연 저격 "내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무슨 일? - 머니투데이
- "김희선 닮았다"…'이혼' 이상민, 미모의 전 여자친구 회상 - 머니투데이
- 19금 '파리애마' 유혜리 "돈 많이 준다길래 출연, 父 대본 찢어버려" - 머니투데이
- "박수홍, 母만큼은 지켰는데…친형 측 증인 신청, 억장 무너져" - 머니투데이
- T.R.U.M.P. '바람'에 韓경제 '태풍'…"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 - 머니투데이
- 가방속에 젖은 옷 가득…비행기 타려다 체포된 20대 왜? - 머니투데이
- [르포]과수원 주인 졸졸 따르다 300kg 번쩍…밥도 안 먹는 '막내'의 정체 - 머니투데이
- 히밥 "전성기에 한달 1억290만원 벌어"…165만 유튜버 수익 지금은? - 머니투데이
- "한번 만지자"…술자리서 갑자기 이웃 강제추행한 7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