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글로벌 AI사업 강화 앤스로픽에 1억달러 투자

대규모언어모델 기업과 맞손
통신사용 다국어 AI 공동개발
6G 표준화 위한 백서도 공개

SK텔레콤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전격 투자했다. SK텔레콤은 대규모 언어 모델인 '에이닷'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달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맺고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앤스로픽에 대한 투자는 이 같은 AI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행보 중 하나다. SK텔레콤은 미국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 앤스로픽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인공지능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13일 발표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이 보유한 한국어 인공지능 기술과 앤스로픽의 글로벌 인공지능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AI 생태계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은 올해 5월 구글, 세일즈포스, 줌, 스파크캐피털 등으로부터 4억5000만달러(약 5900억원)를 투자받아 주목받았다. 2021년 오픈AI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생성 AI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오픈AI의 챗GPT에 대항하는 AI 챗봇인 '클로드2'를 북미 지역에서 공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앤스로픽과 함께 한국어·영어·독일어·일본어·아랍어·스페인어 등을 포함한 글로벌 통신사에 맞는 다국어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앤스로픽은 기본적인 초거대 인공지능을 목적에 따라 미세 조정하고 최적화하는 도구를 SK텔레콤에 공급한다. 또 재러드 캐플런 앤스로픽 공동 창업자가 전체 기술 방향과 개발 로드맵을 담당하기로 했다. 최종 모델은 앤스로픽의 클로드와 함께 SK텔레콤을 통해 국내 기업 등에 제공된다.

이 밖에 두 기업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의 AI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다국어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에도 힘을 모을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비통신 사업 외에 미래 통신 사업 강화에도 나선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0일 6G 표준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요구 사항과 미래 네트워크 진화 방향성을 제시하는 '6G 백서'를 공개했다. 우선 SK텔레콤은 5G가 LTE(4G)에 비해 요금이 비싸고 실질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는 세간의 비판을 인정했다. SK텔레콤은 "3G에서 불가능했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가 LTE의 비약적인 무선 속도 증대로 가능해졌다"면서 "하지만 5G에선 3D 비디오, UHD 스트리밍,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자율주행, 원격수술 등 여러 서비스가 소개됐지만 기술 성능 부족 외에도 폼팩터 제약, 기기·서비스 기술 미성숙, 낮은 시장 수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킬러 서비스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SK텔레콤은 2030년 전후로 상용화될 6G를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G는 지상통신과 위성통신이 결합해 5G보다 대역이 넓고 5G 대비 수배, 수십 배의 통신 연산 능력·속도가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확장현실(XR), 홀로그램, 디지털 트윈 등이 더욱 온전히 구현되기 위해선 6G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6G 시대에 △AI를 활용한 기지국 전력 절감 △AI 반도체 탑재를 통한 기지국 연산 능력 증대 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5G 상용화 당시 고정값으로 제시됐던 지표별 성능 목표를 단일 수치가 아니라 범위로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5G 상용화 당시 '20배 빠른 5G(다운로드 속도 20Gbps)'로 광고하며 소비자에게 과도한 기대감을 줬는데, 결국 이를 이루지 못한 전례가 있다. SK텔레콤은 "6G에선 다양한 주파수 대역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대역은 외곽 지역의 효율적인 대역 제공, 중대역은 도심 지역에서의 용량 제공, 고대역은 근거리 핫스폿 용량 및 센싱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덕 기자 / 나현준 기자]